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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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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은 인기를 만들어 내고 또 인기를 먹고 산다. 특히 예능프로의 시청률은 인기의 잣대와 같다. 내용이야 어떻든 시청률이 높으면 성공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시청률과 인기라면 분별과 염치를 덮어 두고라도 밀고 나가려 한다. 우리 방송의 인기주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난치상태에 이르렀다. ◆개편된 TV가을프로를 보고, 서울YMCA 모니터보고서는 예능프로의 고질화를 거듭 지적하고 나섰다. 겹치기와 베끼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3개TV사가 똑같이 공영이고 민영이고 차별성과 개성을 찾아 보기란 어렵다. 바뀐 프로는 겉으로 단장과 분장을 다시 했을 뿐 알맹이는 그 밥에 그 나물 격이다. ◆겹치기와 베끼기를 꼬집은 모니터의 한가지 사례를 보자. 드라마 「명성황후」로 두 방송사가 부딪칠 뻔 하더니 이번엔 「장희빈」으로 맞설 태세라고 한다. 더욱이 유사성도 그렇지만 중복성이 지루하다. 드라마의 단골 메뉴를 2개사가 함께 기획했다는 것부터가 안이하다.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닐 것이다. 코미디나 쇼 또는 다른 프로도 겹치기가 심하다. ◆베끼기 수법도 사라지지 않을 것같다. 조금 독특하다 싶으면 잇달아 표절 내음이 난다는 시비가 따른다. 외국 것을 모방하거나 비슷하게 각색을 해서 창작인양 위장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베끼기보다 떳떳한 모방수입이 낫다. 방송이라고 경쟁시대에서 예외일 수는 없으니까. ◆우리 방송은 시청률=인기라는 단순등식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시청자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를 원한다. 두가지 모두를 채워주기란 어렵겠지만 그만한 노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일신, 우일신이야말로 방송의 생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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