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여지 거의없다” 결단촉구/지도부선 여론부담에 “어정쩡” 16일의 민자당 당무회의는 국회공전사태에 대해 30여분간 비공개토론을 가졌다. 10명의 발언자 모두 야당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대부분이「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국회단독운영의 공감대가 여권내에 이미 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같은 총론적 합의에 비해「언제, 무엇을, 어떻게」등의 각론부분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았다. 고작 김종필대표의 기자회견 필요성이 거론된 정도였다. 무작정 밀어붙이자니 여론이 맘에 걸리고, 오는 19일 귀국하는 김영삼대통령의 속마음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최종당론의 결정은 17일의 의원총회로 다시 넘겨졌다.
첫 발언자는 이날 민주계로서는 유일하게 입을 연 김봉조의원이었다. 그는 먼저『우리(민주계)가 5공의 암울한 시기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때 이기택민주당대표는 어디에 있었는지 이대표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이대표의 「전력」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어『5공청산때 희생됐던 의원들을 다시 희생시키자는게 말이 되느냐』며『김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당당하게 우리 당의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의원들로부터 단독국회주장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당지도부가 너무 연약하다는 불평이 많다. 우리끼리라도 본회의를 열자』(구자춘의원)『과반수의석을 가진 우리당이 왜 연약한 입장을 취하나. 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지라』(정석모의원)는 의견들이었다. 김윤환의원과 정순덕의원은『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단독국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강경일변도로 흐르자 이해구의원이 나서『12·12기소문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단독국회를 열 경우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국민의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며 신중론을 개진했지만 김종하 오세응의원의 잇단 강성발언에 금세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아예 『다수당이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만큼 사태해결시기를 대통령귀국시기와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며 대통령귀국 이전에 당론이 결정돼야 한다고 재촉 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우리 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한다』(박명근의원)『이제 시간이 없다. 대통령귀국전에 당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곽정출의원)는 얘기들도 당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이 여권핵심부의 고민을 어느 정도나 감안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이에대해 김대표는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은채『내일 의총서 당의 결론을 내겠다』고만 말한뒤 서둘러 토론을 종결지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정국운영에 임하는 민자당의 수동적 자세가 새삼 확인된 자리였다. 당최고의결기구로부터 당론결정을 넘겨받은 17일의 의원총회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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