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엔 야예산삭감공세 막으려 전부처 비상체제/올핸 「거저먹기」 뜻밖의「소득」예상에 느긋한 표정 매년 이맘때면 총리실을 비롯해 정부종합청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예산심의가 한창일 국회때문에 장차관들은 물론 국장과 심지어는 주요 직책에 있는 사무관들까지 여의도에서 밤샘을 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깎으려는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 전부처가 비상체제였다. 국회에 간 사람과 청사에 남아 있는 사람 할 것없이 국회때문에 연일 야근을 해야 했다. 일부 눈치빠른 부처에선 학연 지연등을 동원해 소관상임위와 예결위소속의원들을 내밀히 만나 로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1월 정부청사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예산주무기관인 일선부처의 기획관리실조차 올해는 하오6시만 넘어도 근무하는 공무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가 15일로 벌써 11일째 장기공전중이기 때문이다. 마침 대통령도 외유중이라 장차관들은 국회의 부담에서 벗어나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갖거나 개인적인 저녁약속도 할 수 있게 됐다.
여당이 내주중 예산안처리를 위해 단독국회를 소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관리들의 마음속에는 벌써 올해 국회는 끝났다는 안도감이 깔려 있다. 국회의 예산안심의가 부처로서 제일 큰 일인데 여당 단독으로 하든, 야당이 뒤늦게 국회에 들어 오든, 올해 예산안심의는 수박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어 별다른 부담이 안된다. 여야대립이 가져 온 국회공전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는 「망외의 결과」이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없다. 따라서 초조한 여당당직자와 달리 정부고위직은 국회공전을 보는 시선이 느긋할 수밖에 없다. 여당단독국회가 될 경우 예산안의 졸속처리라는 비난을 면키 위해 예산삭감등 계수조정이 있겠지만 같은 편끼리 하는 일이니 크게 걱정할 게 없다.
모장관은 한술 더떴다. 15일 『요즘 장관들이 정치인 인기투표를 하면 누가 1위를 할 것 같으냐』며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다소 어이없는 질문에 『그야 대통령이지』라는 대답에 이내 부정이 뒤따른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라는 핀잔과 함께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인기최곱니다』라며 웃었다. 민주당의 국회거부로 『올해 예산안심의는 거저 먹었다』는게 관가의 솔직한 얘기이다. 국회와 관가의 묘한 상관관계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야당의원들이 관가의 이같은 소리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는지 모르겠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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