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자없이 8시간 마라톤진행/각국정상 인니전통의상 「바틱」입고 참석/한쪽에선 연예인공연… 축제분위기 연출 자카르타에서 60 떨어진 대통령 별장인 보고르궁에서 15일 열린 APEC정상회의는 지난해 시애틀 회의와 마찬가지로 배석자없이 정상들이 모여 자유토론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영삼대통령을 비롯한 16개국 정상과 2개국 각료등 18개국 대표들은 이날 인도네시아의 고유의상인 엷은 브라운색의 바틱을 입고 회의에 참석, 동시통역 이어폰으로 상대국 정상의 연설을 들으면서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상오 회의와 하오 회의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이날 정상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8시간 정도. 정상들은 오찬을 하고 하오 회의에 앞서 보고르궁옆에 있는 식물원을 산책하며 남국의 정취를 만끽했다. 정상들은 상오 회의를 마친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보고르선언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으며 회담결과는 의장인 수하르토대통령이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각국 정상들이 보좌관과 전속사진사, 통역, 주치의, 경호원등 5명만 동행토록 제한해 정상간의 우의와 친목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대한 배려했다.
각국대표들은 국가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보고르궁에 도착, 입구에서 기다리던 수하르토대통령의 영접을 받은뒤 대통령궁안으로 입장했다. 이에따라 김대통령은 강택민중국국가주석(다섯번째), 무라야마일본총리(일곱번째)에 이어 여덟번째로 회담장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상오8시17분께 만다린호텔을 출발, 자카르타―보고르간 자고라이 고속도로를 따라 50분만에 도착했다. 4차선인 이 고속도로는 현대건설이 지난 74년부터 6년간에 걸쳐 완공했는데 완벽한 시공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주최측은 각국 대표들을 위해 벤츠승용차 1대와 지프 1대를 제공했으나 유독 클린턴대통령은 미국에서 공수해온 대통령전용 리무진을 타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의가 열린 가루다홀은 보고르궁의 메인홀로 중세유럽풍의 분위기로 장식돼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의 높이가 10여에 이르고 둥근기둥 10여개가 천장을 받쳤으며 창문마다 붉은 커튼으로 장식해 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대표들이 앉은 의자는 흰색 바탕에 주황색 무늬가 그려져있고 바닥에는 두개의 대형 꽃이 수놓인 붉은색 카펫이 깔렸고 천장에는 대형 샹들리에 두개가 홀에 조명을 비췄다. 주최측은 회의의 성격을 감안, 의자옆 테이블에 생수병과 컵만을 제공했다.
상오10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국의 사진기자들이 촬영하는동안 대표들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준비해온 회의자료를 검토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김대통령은 발언자료를 훑어보다가 우리측 기자들이 들어서자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날 회의는 상오에 13개국, 하오에 5개국 정상이 발언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는 캐나다의 크레티앵총리가 맡았는데 김대통령은 캐나다 필리핀 칠레 파푸아뉴기니 중국 일본에 이어 7번째로 발언했다.
김대통령은 무역자유화를 주제로 한 발언에서 『역내 국가의 다양한 발전수준을 반영하고 현행 무역수준을 감안할때 역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잡는 것이 옳다』고 우리측 입장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각국간의 다양한 발전수준을 감안하되 선진국들은 목표연도를 앞당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선진국의 무역자유화목표연도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대립을 감안한듯 제시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이어 『APEC 각료회의등을 통해 각국에 알맞는 무역자유화 이행방안을 마련하자』면서 『무역·투자분쟁의 조정을 위한 APEC 절차를 마련하고 조정관행을 쌓아가자』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회의에서 아태지역의 통신망확충문제를 논의할 「APEC 통신장관회의」개최를 제의했다.
정상회의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올해 의장인 수하르토인도네시아대통령은 2020년까지 「보고르선언」을 낭독하고 각 지역을 대표한 6명의 기자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이날 회견은 김대통령등 다른 정상들은 의자에 앉아 있고 수하르토대통령만 연단에 서서 진행됐으며 김대통령은 회견이 끝난후 클린턴미대통령등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수하르토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었다.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회견에서 수하르토대통령은 이번 지도자회의결과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시종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특히 당초 2008년으로 예정했던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 창설을 2003년으로 당긴 것을 예로 들며 『AFTA가 할수 있었듯이 APEC 역시 무역자유화 연도를 당길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측은 회의가 진행되는동안 보고르궁 한쪽 옆에 위치한 대형식당에서 인도네시아 인기연예인들이 출연, 공연하는등 회담장 주변에서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공연은 각국에서 온 취재기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인도네시아의 톱가수 아비 타말라양이 출연해 「한 남자만을 위한 사랑」을 열창해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자 일부 기자들은 무대 주변으로 몰려 춤을 추기도 했다. 주최측은 또 대형식당에 각종 인스턴트식품을 준비해 기자들이 틈틈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도네시아 국영방송인 TVRI는 이날 자카르타에서 보고르궁에 이르는 연도에 5백 정도씩 중계팀을 배치, 각국 대표의 도착장면을 생중계했다.【보고르=최규식기자】
◎보고르선언문 요지
우리들은 아·태지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한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기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들은 다양한 역내 국가간의 상호의존관계가 심화되는가운데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경제의 제반 문제에 대해 협력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무역과 투자의 장벽축소를 계속 확대해 역내 각국의 국민이 개방과 성장의 혜택을 고루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난해 시애틀 1차회의에서 합의했다. 특히 통신과 교통의 발전에 힘입어 역내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다짐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가 심화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바 있다.
이제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APEC은 동등한 동반자관계와 책임을 공유하며 상호존중의 원칙과 공동의 이해 및 공동의 수혜를 창출해가야 한다. 우리는 이에따라 개방된 다자간 무역질서를 확립하고 아·태지역의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추진하며 역내 경제개발을 위한 협력을 심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WTO의 성공적 출범을 추구하며 APEC이 역외국에 대해서도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함을 거듭 천명한다.
1.무역자유화연도는 개도국은 2020년, 선진국은 2010년으로 설정한다.
2.동등한 동반자관계를 통한 공동체 전단계인 하나의 교역그룹을 지향한다.
3.새로운 보호장벽을 세우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
4.무역과 통상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절차를 신설한다.
5.환경문제와 민간부문의 교류협력증진, 인적자원교류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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