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켜진 서비스센터/130여직원 연200만건 전화처리 콜럼버스시 외곽에 창고건물같이 펑퍼짐하게 펼쳐져 있는 헌팅턴은행의 고객서비스 센터는 겉모양과는 판이했다. 이 서비스센터의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월스트리트 증권회사들의 딜링룸(전화로 증권을 파고 사는 거래실)처럼 활기가 넘친다.1백30여명의 은행원들이 전화기를 고개에 끼고 손으로는 열심히 컴퓨터 키보드를 치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2년전 세운 이 고객서비스 센터는 연간 2백만명의 고객전화를 처리하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은행원들은 고객에게 24시간 전화서비스를 해줌과 동시에 거꾸로 은행상품을 파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이 활기에 넘치는 중요한 이유는 「컴퓨터마인드」가 된 20대의 젊은이들이 경쟁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 1백30명을 지휘하는 자리에는 아직 애티가 넘치는 리자 딜(여·32) 영업개발부장이 앉아 있다. 현재 은행원들은 대부분 전화와 컴퓨터만 갖고 고객의 음성을 들으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기 2000년쯤이면 이 방이 컴퓨터와 비디오로 꽉차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의 국민은행도 최근 조사단을 헌팅턴에 파견해 전자화 점포를 시찰했는데, 윤옥현뉴욕사무소장은 『전자화 점포와 전화서비스센터등 셀프서비스가 한국의 은행에도 피할수 없는 추세가 되리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헌팅턴은행이 비디오 무인점포를 마케팅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프랭크 봅스트회장의 비전이라고 은행내부 사람들은 말한다. 봅스트회장은 은행에 이익을 주는 고객은 지점을 찾는 노인층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며 쓰는 전문직업인들이라는 확신을 얻고 하이테크쪽으로 방향을 분명히 잡은 것이다.
지난 6월말 현재 미국의 은행수는 1만7백15개이지만 날마다 줄어들고 있다. 10년전의 1만4천4백83개에 비하면 매일 1개이상 은행이 없어진 셈이다. 경쟁에 져서 파산하거나 다른 힘센 은행에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은행을 위협해온 경쟁자는 비은행 금융기관이다. 보험이나 투자신탁등이 데이터 베이스로 무장하여 은행몫을 빼앗아가고 있다. 렌들 부사장은 『앞으로 은행에 위협적인 경쟁자는 정보통신회사나 소프트웨어 서비스회사들』이라고 지적했다. 렌들씨는 『얼마전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은행을 공룡에 비유하며 멸종시킬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은행에겐 무서운 신호』라고 말했다.
헌팅턴은행은 은행간의 경쟁뿐 아니라 정보회사들과의 경쟁등 2개의 전선에 대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콜럼버스(오하이오주)=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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