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독지역지원 「연대세」등 반대 거셀듯/최선최대쟁점 실업문제 해결 가장큰 짐 헬무트 콜 독일총리의 집권연정이 14일 발표한 향후 4년간의 정책청사진은 콜정권의 국가경영목표를 요약하고 있다. 연정은 이 청사진에서 작은 정부, 건전재정, 완전고용, 복지강화, 교육·문화증진, 환경보호, 외국인에 대한 시민권 확대, 유럽통합 가속화등 총 8개 부문의 주요 정책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작은 정부와 관련해 연정은 현재 18명인 각료를 16명으로 줄이는 기구통합을 단행하고 해마다 1만4천명씩 공무원을 줄일 계획이다. 재정운영의 방향으로는 현재 52%에 이르는 공공부문의 적자를 통일 이전 수준인 46%까지 낮추는 것을 비롯해 세금감면, 민영화, 구동독지역 지원을 위한 이른바 「연대세」 징수,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등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연대세는 소득세를 7.5% 올리는 내용이어서 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고용문제는 지난 달 총선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만큼 콜정권의 능력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올해 독일경제는 지난 해의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나 2%의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도 3백5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는 콜정권에 가장 무거운 짐이다. 연정은 통신·금융·환경·보건·신기술 분야를 중점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파트타임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
독일을 21세기의 모범적 복지국가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연정은 국민총생산(GNP)의 3분의 1을 사회복지비로 쓰겠다고 밝혔다. 환경보호와 관련한 과제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방출을 억제하고 신형 자동차개발로 석유소비율을 3분의 1 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국중에서 가장 많은 6백만명의 외국인이 살고있는 독일에서는 그동안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반외국인테러등이 잇달아 외국인의 지위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돼왔다. 연정참여 3개당은 이번에 발표한 8개 정책과제 중에서도 특히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을 벌인 끝에 10년 이상 독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부부에게서 난 2세들에게는 시민권을 허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연정은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축으로 한 유럽통합을 가속화하고 유럽연합(EU) 공통의 외교·안보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목표를 짊어진 콜총리의 어깨는 튼튼치 못하다. 지난 달 총선에서 좌파연합을 0.3% 표차로 간신히 이긴 집권연정으로서는 강력한 야당이 포진한 의회를 상대하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 4년간의 집권4기를 하루 앞둔 콜정권은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레임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콜총리/통독 등 위업 뚝심… 16년집권 최장수 기록 도전
「독일통일의 견인차」 「우직하지만 신뢰가 가는 정치인」등 숱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헬무트 콜 독일총리(64)에게 「독일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게 됐다. 98년까지의 새 임기를 마치면 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아데나워총리의 14년 재임기록을 뛰어넘는 4기 연임 16년 장기집권 기록을 세우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콜은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역사·정치학을 전공한 후 29세에 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39세 최연소 주총리당선등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82년 탈냉전의 거대한 물결 속에 총리에 오른 콜은 특유의 친화력과 결단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독일의 위상을 높이며 통일을 성취,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의 매력은 194, 1백13㎏ 거구에서 뿜어내는 뚝심이다. 정치유머집의 효시격인 「콜총리의 웃음」이 유행했을 정도로 언변과 외양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감을 준다. 그러나 그의 정치스타일은 「아나콘다」 뱀에 비유된다. 독은 없지만 먹이를 한번보면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감아죄는 아마존강의 덩치 큰 뱀의 무서움을 지니고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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