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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르 선언」채택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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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르 선언」채택 막전막후

입력
199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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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10년 자유화 포함”/인니초안에 한때 초긴장/「신흥공업국」 별도분류 강경입장 고수/김 대통령,회원국 설득 막판 수정관철 15일 APEC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보고르선언」은 발표순간까지 누구도 그 내용을 예단하기 어려웠을 만큼 숨막히는 외교적 절충끝에 마련됐다. 특히 이날 정상회의에 상정된 의장국 인도네시아 초안에는 우리가 신흥공업국(NICS)으로 분류돼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201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이뤄야 하는 것으로 돼있어 김영삼대통령을 긴장시켰다. 이미 우리정부는 지난 4일 제시된 초안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즉각 반대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또 김대통령도 APEC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수하르토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각국의 특수사정이 감안돼야 한다며 수정을 요구,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관철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측은 인도네시아 초안이 수정된 것으로 판단, 이에 기초해 김대통령의 발제발언문을 만들었으나 정상회의 직전 배포된 초안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김대통령은 이에 각국 정상들의 발제발언에 들어가기 앞서 연쇄접촉을 통해 국제교역관계를 다루는 규정이나 규범에서 신흥공업국이라는 분류용어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의 부당성을 재차 지적했다. 그러나 의장인 수하르토대통령은 한국이 수정제의를 해올 경우 일부 국가가 연이어 수정제의를 할 것을 우려, 김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오전회의에서는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리헌경제수석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따라 오후회의에서 이 문제를 재차 제기, 키팅호주총리의 찬성과 고촉동싱가포르총리의 지지발언을 얻어냄으로써 신흥공업국이라는 분류항목을 없애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같은 막판 파란을 제외하고는 치밀한 준비를 해온 인도네시아의 안대로 보고르선언은 채택됐다. 즉 아무런 단서조항없이 선진국은 2010년을, 개도국은 2020년을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로 설정한 것.이 안이 제시되자 미국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2020년으로 단일화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해 힘겨운 신경전이 시작됐다. 12일 밤부터 본격화된 정상특별보좌관 합동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않자 13, 14일부터는 선언의 채택에 적극성을 보였던 한국 미국 인도네시아등이 나머지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개별접촉에 들어갔다.

 14일 밤까지 계속된 개별접촉에서 미국은 마침내 인도네시아안의 수정없는 통과를 전제로 자신의 안을 철회함으로써 15일 새벽 분위기는 채택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정상회의석상에서 김대통령의 문제제기로 문안이 수정된 것은 미국측으로서는 또 한번 양보한 셈이 된 것이다.【보고르=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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