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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화연도설정 조정력 발휘/김 대통령 발제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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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화연도설정 조정력 발휘/김 대통령 발제연설

입력
199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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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초고속통신망구축 논의확대도 제의/OECD가입후도 개도국 인정여부 관심 15일 인도네시아의 보고르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제2차 정상회의는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의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설정한 「보고르 선언」을 채택, APEC이 느슨한 경제협의체 성격에서 실질적인 지역경제협력체로 탈바꿈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APEC은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아태경제공동체 실현의 길로 첫 발을 내디뎠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7번째 발제연설자로 나서 역내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행동목표를 설정할 시점이라고 주창하며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자고 제의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목포연도를 2020년으로 잡고 선진국은 이를 앞당기는등 회원국의 다양한 발전수준을 반영하자고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와 함께 선진산업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역할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결정을 도출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입장인 우리는 2020년 목표의 무역자유화를 반대하던 말레이시아와 소극적이던 중국을 사전에 설득하는등 조정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호주와 함께 APEC창설의 주도국인 데다 이번 회의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조정하는 중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이 이같이 조화를 역설한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연설을 하게 된 배경도 APEC산하기구인 무역투자위원회(CTI) 의장국이라는 점과 우리의 역내국간 조정자 역할을 기대하는 회원국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상오의 연설에 이어 회원국간 경제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한 하오회의에서는 무역자유화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의 일환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 확충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원국 통신·정보산업장관회의를 제의, 내년도 첫 회의의 서울개최를 확정시켰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통신망 구축은 무역과 투자활성화의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경제공동체실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시 김대통령이 제안한 인력자원의 공동개발도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표적 협력분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사가 되면 APEC발전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대통령은 이날 회의 막판까지 이의제기 끝에 선진국 및 신흥공업국과 개도국으로 분류해 자유화 목표연도를 설정한 당초의 초안을 수정,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분류해 우리가 2020년까지 자유화해야 하는 개도국에 포함되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가 오는 96년 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에 속하게 돼 2010년까지 상품시장을 전면개방, 무역을 완전히 자유화해야 하느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OECD에 가입한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고 농업인구비율과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등 경제구조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보고르선언도 선진국 2010년, 개도국 2020년을 설정했을 뿐 어느 회원국이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결정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는 앞으로 역내상황과 우리의 경제구조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보고르=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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