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비 5원늘어… 매출도 16%증가/한은 「상반기 기업경영 분석」/경기확장·신3저따른 “수동적호황” 양상/비제조·중기는 수익성 악화 경기확장세가 이어졌던 올 상반기중 제조업체들은 물건도 많이 팔고 이익도 많이 남기는, 꽤나 짭짤한 장사를 했던 것으로 15일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4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에 의하면 지난 1∼6월중 제조업체들의 매출액은 1년전에 비해 15.8% 증가,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증가율(6.9%)을 크게 웃돌았다.
또 기업활동의 실속(수익)정도를 나타내는 매출액 경상이익률도 2.7%로 1년전의 2.2%보다 크게 개선됐다.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27원의 순수익을 올린 셈이다. 1천원짜리 물건으로 92.93년 상반기엔 각각 23원 22원, 그리고 작년 한해엔 17원의 이익밖에 남기지 못했었다.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제조업체 종업원 한사람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생산성)도 17.6%나 신장돼 작년 상반기실적 11.6%를 크게 뛰어넘었다.
한국은행 이강남조사2부장은 『상반기중 GNP 성장률 8.5%를 기록한 거시지표상의 호경기가 기업들의 미시적 경영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증가에 수출 내수 양쪽에서 모두 호황을 구가했고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엔고)등 신 3저경기가 올초 절정에 달하면서 원가부담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을 헛장사하게 하는 금융비용 부담률도 6.1%에서 올 상반기엔 5.9%(1천원어치 팔아 59원을 이자로 낸다는 뜻)로 모처럼만에 떨어졌다.
하지만 제조업의 「쾌속순항」과는 달리 비제조업체 및 중소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아직도 「호황」과는 거리가 있고 부분적으로는 악화된 면도 발견되고 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매출 및 부가가치 증가율은 지난해 한자리수에서 올 상반기엔 두자리수로 대폭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에 경상이익률은 2.4%에서 1.9%(건설), 1.1%에서 0.8%(도소매)로 도리어 낮아졌다. 팔기는 많이 팔았는데 수익률은 오히려 나빠지는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이다.
물론 박리다매(가격혁명)의 결과일 수도 있으나 건설업체의 경우 미분양주택 및 해외미수금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도소매업체들은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상반기 제조업의 약진은 대기업이 이끌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눈에 띌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람들의 구매욕구가 커지면서 매출자체야 늘었지만 중소제조업의 수익성은 상당폭 악화됐고 인건비압박도 대기업보다 여전히 심각하다. 한은에 의하면 상반기중 대기업들이 1천원짜리 물건으로 1백22원을 인건비로 지출하고 30원의 이익을 남기는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1백64원을 월급으로 주고 22원만을 이익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업경영성과는 전체적으로 일단 만족스런 상태로 평가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기확장과 신 3저효과에 따른 「수동적 호황」일뿐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공업과 경공업의 깊은 불균형이 해소되는 흔적은 발견하기 힘들다. 기업밖의 호재가 사라진 뒤에도 이처럼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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