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여권포용」관련 부담·곤혹/“개혁대수구 싸움”지원 절실 민주당의 12·12강공드라이브를 둘러싸고 이기택대표와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대표는 최근 중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이사장과 만나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12·12강공의 배경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이사장측은 『이 시기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이대표와의 면담을 완곡히 거절하고 있다.
이대표는 최근 『12·12관련자 기소유예무효화투쟁을 위해 사회단체와 종교계지도자들을 접촉하고 있는데 김이사장을 못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김이사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여투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퇴로없는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는 이대표에게 김이사장의 지원은 절대 필요하다. 12·12에 대한 국민적 호응의 확산이나 당력을 일사불란하게 모으기 위해 최소한 김이사장의 암묵적인 지원이라도 얻어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이사장측은 여러가지 여건상 이대표의 강공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달갑지 않다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는 중국방문중에 이대표의 12·12강공소식을 전해 듣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 수행했던 측근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도 김이사장은 이대표의 강공으로 초래되고 있는 국회공전사태와 정국경색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같다. 여권은 벌써부터 민주당의 배후에 김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김이사장측이 이대표의 강공을 못마땅해 하는데는 12·12대응에 대한 견해차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우리사회의 개혁 대 수구세력간 대립구도에서 12·12싸움이 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관건이라고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김이사장측은 12·12문제가 개혁 대 수구세력의 싸움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개혁 대수구세력간의 전면전으로 끌고 가야 할 상황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는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김이사장은 나름대로 구체화하고 있는 「그랜드 플랜」에 비추어서도 이대표의 강공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김이사장은 그동안 잦은 통일강연과 기고, 빈번한 주변국 방문등을 통해 영향력을 계속 보유하느라 노력해 왔으며 구여권 인사들을 포함,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 최근 박철언전의원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이사장은 일련의 구상속에 12·12전면공세는 계산에 넣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이대표의 12·12강공은 그에게 「의외의」일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분석들이다. 이대표의 12·12공세가 김이사장의 구여권포용구상에 제동을 걸수도 있다는 시각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한편 김이사장은 오는 17일 내달초로 예정된 「아태민주지도자회의」개최계획을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할 계획인데 재단측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이 행사가 12·12강공이 가져올 정국경색으로 빛이 바래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그렇다고 해서 김이사장이 이대표를 말리고 나설 처지가 되지 못함은 물론이다. 두 사람이 이같이 미묘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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