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문을 닫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유예문제로 다투다 싸움이 격해져 문을 걸어 버렸다. 보기에 딱하다. 여당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12·12사태는 어디까지나 법 집행문제요 역사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가 여기에 개입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것이고,야당은 이 문제야 말로 올바른 법 집행과 김영삼정부의 역사감있는 정치판단을 요구하는 고도의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국회문을 잠그는 일이 있더라도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겠다는 것이다. 의회정치의 원천들인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도 의회에서 여야 끼리 서로 욕하고 책임을 떠 넘기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면서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 일은 많다. 유서깊은 영국하원의 경우도 노동당과 보수당이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욕설을 퍼붓고 표결을 질질 끌고 장외투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부시전미대통령은 민주당을 「교통마비」(GRIDLOCK)발발자라고 마구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주도한 법률에 대해 무려 47건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클린턴의 민주당도 지난 8일의 중간선거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해 다시 GRIDLOCK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 또는 미국의회는 서로가 책임한계는 지킨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자기 실력의 범위내에서 법률을 통과시키든지 저지시키는 것으로 끝나고, 그 법률이 저지되거나 또는 통과된후 대통령이 이를 서명하든 거부권을 행사하든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는다. 내 할 일과 네 할 일을 구별한다.
가령 검찰이 법을 잘못 집행했다고 생각되면 청문회를 열어 법 자체가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법 집행자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 보고 이에 대한 보완법을 만들어 올바른 법 질서를 운용하게 하면 그뿐이다. 외부의 권력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으면 역시 이 문제를 의회법에 의해 따진다. 수적 열세로 법제정 자체가 어려워 보이는 경우에도 야당은 해당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청문회를 열어 시비를 가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수당은 자기 할 일을 한후 차기선거에서의 국민심판에 그 정치결단을 맡긴다.
한국은 일이 벌어지기만 하면 「사회적 책임」이라든지 「정치책임」과 같은 광범위책임론만 팽배해 진다. 여야 모두 법률에 의해 당이 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최선을 다하고 그 이상은 차기선거에서의 국민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정치발전을 이룩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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