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송지영교수 “개인병원 찾는 환자의 절반차지” 발표/진단결과 “정상”불구 여기저기 통증·이상 호소/조기치료 안하면 만성화… 원인파악후 심리갈등 풀어야 회사원 김모씨(37)는 6개월전부터 가슴이 뛰고 어질어질한 증세를 느끼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명치끝이 아프고 소화도 안돼 병원을 찾았으나 진단결과는 「이상없다」였다. 하지만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다른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역시 「정상」이라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김씨 자신은 이제 고통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소한다.
뚜렷한 병리적 이상이 없는데도 이처럼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른바 「신체화장애」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희대의대 송지영교수(정신과)는 13일 열린 가정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신체화장애환자가 1차의료기관(개인 병·의원)을 찾는 전체환자의 반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화장애는 말못할 내적·심리적 갈등이나 불안을 발산하지 못해 몸에 이상증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죄의식이나 의존욕구·분노와 같은 무의식에 담겨 있는 정서의 갈등이 신체기관으로 전환되는 증상으로 한가지 질병의 증세만 호소하는 「건강염려증」과는 달리 몸 여기저기가 아픈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세는 「가슴이 뛴다」 「어지럽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 때로는 구체적인 통증형태로 나타나 「허리가 아프다」 「설사가 난다」 「배가 더부룩하다」 「성생활이 어렵다」 「잠을 못잔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정신장애로 인한 신체화장애이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정서장애는 거의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이병원 저병원 전전하다 신체증상에 대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 다음에야 비로소 신체화장애라는 진단이 붙게 되는 것이다.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곽동일교수(정신과)는 『과거 많은 환자들에게 통용되던 신경쇠약증이라는 진단명 역시 신체화장애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신체화장애는 진단도 쉽지 않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치료가 쉽지 않아 만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신체화장애환자에게 질병이 없다고 「괜찮다」 「염려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을 해주기보다는 어떠한 배경으로 신체화과정을 밟게 됐는지 파악한 다음 환자의 심리적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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