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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 비대·아집정부 외면/윌리엄 사파이어(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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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 비대·아집정부 외면/윌리엄 사파이어(해외칼럼)

입력
1994.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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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간선거는 예상밖의 공화당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을 넘겨주면서 민주당의 독주를 지켜볼수밖에 없었던 공화당이 일거에 상하 양원을 장악, 행정부 견제기능을 회복했고 주지사 분포면에서도 우위를 점해 차기 대선전망도 한결 밝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일각에서 「선거 혁명」으로 일컬어진다. 무엇이 「공화당 돌풍」을 몰고온 것일까.

 갓 일기 시작한 현직들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변화에 대한 욕구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전투구를 방불케 한 추악한 선거전이 「보수의 해일」을 일으킨 원인도 아닌 것 같다. 또 빌 클린턴대통령의 인격과 개성에 대한 실망감만으로는 공화당 압승이라는 이번 선거의 충격적인 결과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정치적 지진」은 클린턴행정부가 너무 비대해지고 있으며 간섭이 많을 뿐 아니라 국민위에 군림하려한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믿음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판단도 이번 정치적 사건의 원인이 됐다. 대다수 유권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능력없는 현직들을 쫓아내는 것으로 표출됐다.  

 한때 「국민의 당」이었던 정당이 「정부의 당」으로 변질돼 버린 것이었다. 선거참패 다음 날 클린턴대통령은 침울한 표정으로 『나와 우리 당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과 교훈을 정리해보자. 

 우선 클린턴의 중앙집권적이고 강제적인 의료보험개혁 계획이 유권자들에게 현정부가 비대한 정부라는 인상을 심어줬고 결국 그것은 민주당 정부의 자충수가 됐다. 클린턴대통령은 그의 행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도 아직도 왜 민주당이 취약한 지, 유권자들이 왜 민주당을 싫어하는지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것같다. 

 이번 선거는 또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동부지역에서 출마한 올리버 노스는 경쟁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으나 선거에 패했고 서부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을 쏟아부은 마이클 허핑턴이 낙선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도박관련 압력단체가 카지노 공약에 1천7백만달러를 걸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돈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이러한 결과들은 희망적인 것이다. 

 그러나 돈이 미국정치에서 매우 커다란 힘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선거자금을 제한하는 것은 도전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방송사들은 후보자들이 TV를 통해 엄청나게 광고하는 바람에 떼돈을 벌었다. 방송사들은 앞으로 후보자들의 출연및 광고 요청을 더욱 많이 받을 것이기 때문에 돈의 위력은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재선 횟수를 제한하자는 아이디어가 간접적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결과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선거가 지역대표 선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간선거가 그 특성상 지역선거이긴 하지만 이를 전국적인 이슈로 몰아간다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반면 중간선거를 지역에만 한정시킨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오판이었음이 분명하다.

 지난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킨 로스 페로가 단지 말뿐인 인물에 불과함을 드러낸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가운데 하나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부시전대통령의 아들인 조지 부시 2세(공화당)의 당선을 저지하고 또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원인 조지 파타키를 낙선시키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는 96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반클린턴 진영을 둘로 나눠 제3의 정치세력을 구성하려했던 그의 계획은 적잖은 타격을 입은 셈이다.

 민주당의 참패와 공화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미 중간선거는 미국 정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면서 동시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가장 큰 특징이자 교훈은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있다는 것이다.<미 칼럼니스트> 【정리=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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