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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상 「거부」… 기업엔 계속 추파/북,남북경협안 비난저의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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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상 「거부」… 기업엔 계속 추파/북,남북경협안 비난저의 뭘까

입력
199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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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영향 우려 개방속도 조절/경제­사회공동위 언급에 주목 북한이 10일 중앙통신과 중앙방송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의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새로운 내용이 하나도 없는 위선적인 광고』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어 11일 조평통 대변인담화를 통해 똑같은 비난을 하면서 이번 남북 경협방안을 「배격」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조평통담화등은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조치 이후 처음 나온 공식 반응이란 점에서 일단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 역시 새로울 것이 전혀 없으며 그것이 곧 경협 자체를 완전 거부하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북한의 이번 반응은 단순한 「거부」라기 보다는 남한당국이 마치 큰 「선물」인양 내놓은 경협활성화조치를 덥석 받아들이는 모양을 감추기 위한 「정치공세」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평통담화는 우선 김영삼정부를 「괴뢰도당」이라며 극렬 비방하면서 ▲남한이 북한핵문제를 거론, 남북관계를 경색시킨데 대한 사죄 ▲합동군사훈련등 전쟁연습 중지 ▲국가보안법철폐등 기존 주장들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이와함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 따른 경제·사회문화 공동위원회등이 이미 있는데도 남측이 이를 무시한채 대결국면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하면서 『때늦게 던지는 미소를 받을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애초부터 지난 7일 경협활성화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북한이 이를 적극 환영하고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정부는 다만 북한이 정부당국간 대화는 피하면서도 민간기업들을 상대로한 물밑접촉은 활발히 가져온 만큼 앞으로도 민간 차원에서의 경협은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중앙방송에서 「남조선 독점재벌」이란 표현을 쓴 것을 제외하고는 조평통담화에서도 민간기업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와관련, 이홍구부총리겸통일원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우리측 경협활성화조치에 「감격」하리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면서 『앞으로 민간차원의 경협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이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대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우선 경제교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그것은 곧 제한적이나마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으로서는 개방의 속도에 대한 완급을 조절해 나가면서 「집안단속」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우리 정부내 혹은 정부와 기업들간의 분열을 조장시키려는 북한 특유의 「대남전술」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 가운데는 아직도 정부가 남북경협을 틀어쥐고 매사에 간섭만 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부 있으며 정부와 국회내에서도 북한 반응에 대한 분석에서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김영삼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회의(APEC)참석차 출국중이라는 점도 상당히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경제분야협력을 위한 「합의서」와 「경제·사회문화공동위원회」를 스스로 언급하고 나온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부총리는 『북한이 그동안 마치 잊고있는줄로만 알았던 경제공동위등을 먼저 거론한 것이 한편으로는 반갑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한 「제의」가 아니라 우리측의 일방적인 「조치」였다』며 『일단은 민간차원의 교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 당국간 대화에 호응해 오기까지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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