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복귀기대 갈수록 멀어져/「단독국회」카드도 섣불리 못써 민자당은 답답하다. 12·12문제로 국회가 공전의 늪에 빠진지 1주일여가 되지만 도대체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의 요체는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당의 요구가 정치적 접근이 어려운 검찰권에 속하는 문제라는 사실에 민자당은 더욱 곤혹스럽다. 『검찰의 기소여부는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야당이 보챈다고 검찰 결론을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얘기들이다.
당초 야당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예측이 모두 어긋나고 있는 점도 민자당으로서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우선 민자당은 민주당이 검찰총장탄핵안제출을 고리삼아 이번주초나 중반께는 원내에 복귀하리라고 점쳤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기택대표의 주도하에 강경일변도로 가고 있고 탄핵소추에 대한 관심은 야당주변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의 귀국이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던 희망섞인 기대도 있었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김이사장이 귀국한 뒤 혹시 국회공전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었다. 민주당내 동교동계의 소극적 입장과 김이사장이 성수대교붕괴참사이후 국회공전을 비판했던 사실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김이사장이 지난 10일 귀국한뒤 이대표의 강경노선을 탓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12·12당사자인 허화평의원의 검찰비난이 야당의 「독기」를 더욱 가중시켰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 상황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청와대측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민자당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이대표에 대한 특이한 시각이 민주계 참모의 입과 발을 묶어놓았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여의치 못한 탓에 민자당은 당분간 사태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물론 「여론은 우리편」이라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이한동총무는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게 최선』이라며 『야당도 국회공전을 비난하는 여론을 언제까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민자당이 마냥 야당의 U턴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당장 오는 19일 김대통령이 귀국할 때 국내정치상황의 「모양」을 의식해야 한다. 내달 2일이 법정처리시한인 예산안과 추곡수매안, WTO비준안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또 여당의 무기력을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민자당에서는 심심찮게 「단독국회 불사」의 엄포가 나오고 있다. 11일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김종필대표는 『비장한 각오로 비상태세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민자당이 당장 단독국회의 카드를 쓰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빠르다』는게 민자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결국 민자당의 마지막 카드는 여론의 흐름과 야당의 저지강도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쓰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여기에는 야당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여권의 총체적 판단이 전제된다.【신효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