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연도 설정 미 적극·동남아국 소극적/장래위상도 “집행기구”·“협의체”로 맞서/북한등 신규가입 “실무참여후 심사”검토 11일 자카르타에서 개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제6차 각료회의의 최대쟁점은 예상대로 역내 무역자유화의 목표연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이냐는 문제로 압축됐다. APEC산하 저명인사그룹(EPG)은 지난 8월 제출한 건의서에서 APEC회원국중 미국등 선진국은 2005년, 한국등 신흥공업국은 2010년, 기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를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회의에서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설정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역내 무역자유화실현이 시장개방에 소극적인 일본및 동남아시아국가를 움직이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동남아시아국가들이나 무역흑자국인 일본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6개국중 말레이시아등은 미국의 일방적인 시장개방압력에 노출될 것을 우려,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설정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논의과정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한승주외무장관은 이날 목표연도설정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도 15일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최종적인 합의를 도출토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측 입장에는 아시아경제권과 북·미경제권의 분리를 막고 그 사이에서 조정자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의 기본적인 구도가 반영돼 있다. 일본과 중국도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이같은 우리측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관련된 이같은 대조적인 입장은 이번 회의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된 APEC의 장래위상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APEC이 아태경제공동체형성을 목표로 해 독립적인 정책결정및 집행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동남아시아국가들은 APEC이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을 갖지 않는 느슨한 협의체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중국은 미국주도의 경제공동체에 내심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와관련, APEC의 예산을 늘리고 사무국을 강화하는등 조직과 체계를 일신하되 APEC의 장래를 현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못박는 일은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국들은 지난해 시애틀에서의 제5차 각료회의에서 96년까지 신규회원국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으나 이번 회의에서 다시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와관련, 공개적으로 소외감을 표시하고 있는 러시아, 페루등 회원희망국에 대해 잠정적으로 하부 실무그룹에 피초청국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뒤 회원자격을 심사하는 절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측은 최근들어 간헐적으로 참여의사를 흘리고 있는 북한을 포함해 신규회원국 가입정책에 대한 논의는 그 사안의 미묘성때문에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는 APEC자체가 각국의 정치·경제적 외교역량을 시험하는 무대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정치선전장화해서는 곤란하다는 우려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자카르타=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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