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직의 27번째대상” 편지/돈 찾아가다 잠복경찰에 검거/신경질환 경력 화성서 20대순경… “인사관리에 문제”【수원=황양준기자】 신경질환 병력이 있는 현직 경찰관이 조직폭력배를 자칭, 주민에게서 거액의 돈을 뜯어내려다 검거돼 경찰관임용 및 인사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기 화성경찰서는 11일 화성경찰서 방범순찰대 박길순순경(29)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의하면 박순경은 지난 7일 하오2시께 경기 화성군 매송면 한모씨(34·건축업)에게 『당신은 우리 조직의 27번째 사업대상이다. 현금 2천만원을 10일까지 천주교 공동묘지에 갖다 놓아라. 경찰에 알리거나 거절하면 가족들에게 무자비하게 보복하겠다』는 협박편지와 약속장소 약도를 보냈다.
박순경은 10일 하오9시께 약속장소인 화성군 비봉면 구포리 천주교 공동묘지 입구의 가두농산물 판매장 옆에 놓아둔 돈뭉치를 찾아가려다 신고를 받고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박순경은 경찰에서 『한씨가 건축업자로 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횡설수설하고 있다.
박순경은 90년 11월 일반직 순경으로 공채돼 화성경찰서 비봉·정남지서에서 근무하다 지난 해 10월 교통사고를 낸뒤 얼굴근육과 손·발등이 저절로 움직이고 불안상태에 빠지는 무도증 증세를 보여 지난 해 12월 휴직했다가 5월10일 복직했다.
당시 박순경은 5개월간 무도증 치료를 받은 서울대병원에서 「총기취급을 제외한 정상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아 화성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의경들을 관리하는 행정요원으로 복직했다.
박순경은 서울 모 고교 2년을 중퇴하고 86년 7월부터 89년 1월까지 사병으로 군복무를 했으며 경찰관 임용당시 말과 행동이 다소 부자연스러웠으나 업무처리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조두영 신경정신과장은 『무도증 환자는 치료 후에도 대뇌손상으로 성격이 변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박순경의 행위도 일단 무도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화성경찰서는 박순경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관계자들은 『경찰관임용 때 직무수행에 필요한 건강과 적성등을 평가하고 있으나 정신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없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도증◁
얼굴 근육과 손발·팔다리·혀등이 생각과 달리 저절로 움직여 꼬이거나 펼쳐지며 심리적 불안상태를 보이는 신경질환으로 발작시 춤추는 모습을 연상케 해 무도증으로 불린다.
선천성 무도증은 보통 30대 초반부터 증세를 보이며 우울증과 심한 경우 치매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 후천적으로는 뇌졸중·간질등으로 뇌손상을 입어 무도증을 보이기도 한다. 완치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며 무도증세를 억제하고 우울증등 동반증상별로 부분적인 치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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