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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성공한 EU의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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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성공한 EU의 기업들

입력
199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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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베리/영 종합의류메이커/바바리 전통120년 “코트대명사”/“영국 고유의류” 스타일 고집/방수옷감 개발 성과도 한몫 우리에게는 「바바리」라는 보통명사로 잘 알려진 영국의 전통 코트 「버베리」. 영국을 떠올릴 때면 으레 바바리깃을 곧추 세운채 이슬비 내리는 런던거리를 거니는 영국인의 모습이 연상되게 마련이다.

 특히 전쟁의 상흔이 가득하던 5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영화 「애수」는 바바리코트가 자아내는 우수어린 분위기를 올드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겨놓았다. 바바리코트 차림의 비비언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안개 자욱한 워털루브리지를 배경으로 엮어낸 만남과 이별의 슬픈 이야기 때문이다.

 런던의 중심지인 리젠트 스트리트. 햄리즈(완구) 색슨(구두) 노블 퍼(모피) 로젠탈(도기) 시로(진주) 밸리(구두) 가라드(보석) 아쿠아스쿠텀(코트)등 유명 브랜드상점이 즐비한 고급쇼핑가이다. 바바리 체크의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버베리본사도 이곳 쇼핑가에 있다. 리젠트가 165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규모의 버베리 매장에는 세계 각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남녀 바바리 뿐만 아니라 스웨터 티셔츠 와이셔츠 스커트 넥타이 스카프 핸드백 지갑 구두등 버베리사의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를 갖춘 종합매장이다. 남자용 바바리는 보통 2백∼4백50파운드, 여자용은 2백50∼6백파운드선(1파운드=1천2백50원).

 매장을 가득 메운 고객중 절반가량은 한국 일본 대만 홍콩등 아시아지역의 관광객이다. 한국인이 매장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고용한 한국인 직원이 금방 알아보고 다가와 『무엇을 찾느냐』고 물어온다.

 부끄럽게도 한국인의 과소비 열풍은 버베리 매장에서도 위세를 떨쳐 싹쓸이 쇼핑을 하는 광경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3∼4벌의 바바리를 구입하거나 수십벌의 티셔츠 넥타이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고객의 십중팔구는 한국인이다.

 이곳 종업원은 동양인 고객중에서도 특히 한국인의 씀씀이가 헤퍼 버베리매장 뿐아니라 런던 쇼핑가의 유명 매장과 백화점중에는 한국인 종업원을 고용한 곳이 많이 있다고 귀띔한다.

 유행에 민감해 하루가 다르게 디자인이 변하고 브랜드의 부침이 심하기 마련인 패션시장. 그러나 버베리사의 바바리는 1백년이상 옛날 그대로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고수하면서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추위에 강하고 비에도 젖지 않는 특유의 바바리 옷감은 1870년대에 버베리사설립자인 토머스 버베리에 의해 고안됐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 날씨에 적합한 옷감을 계속 연구하던중 「가바딘(GABARDINE)」이란 특수옷감(방수포)을 개발한 것이다. 가바딘은 개발되기 무섭게 초원에서 크리켓·골프등을 즐기는 영국인들 사이에 급속히 보급됐다.

 남극점 정복에 나선 아문젠과 스코트등도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기 위해 버베리 가바딘과 텐트를 이용했고,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장교용 코트로 채택돼 1914년부터 1918년 사이 무려 50만벌의 버베리 트렌치 코트가 영국군에 납품됐다. 그후 지금까지 바바리는 유행을 초월하는 코트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버베리사 지역판매 책임자인 로버트 케어씨는 『현재 영국내 5개 매장을 포함, 전세계에 49개의 버베리 매장이 있다』며 『버베리의 성공은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 고유한 하나의 의류형을 확립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런던=고재학기자】

◎제냐/이 남성복전문업체/「고객 취향」에 민감한 대처/품위·격조 지키며 6개월마다 새모델

 『고객은 신이다. 디자이너는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야 한다』 세계적 남성의류 메이커이자 가족기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냐사에 있어 고객은 왕이 아니라 신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1910년 창업된 이래 4대째 가업으로 한우물을 파온 제냐사의 신사복은 한벌에 보통 1백만원대, 비싼 것은 수백만원대를 호가한다. 이처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냐사는 가문의 이름을 제품의 브랜드로 사용한 이후 줄곧 「품질을 알아주는 고객에게만 물건을 판다」는 콧대높은 판매전략을 견지해 왔다. 그만큼 제품에 관한 한 자신과 긍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몇년 전까지 제냐사는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45세 이상의 장년층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따라서 격조높은 디자인과 색조의 정장 스타일이 제품의 주류였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연령층이 낮아짐에 따라 이같은 전략에 다소 수정이 가해져 지금은 목표로 삼고 있는 고객의 연령이 35세 이상으로 조정됐다. 제품 종류도 정장위주에서 캐주얼웨어와 스포츠웨어등으로 다양화했다. 디자인과 색조에도 밝고 경쾌한 요소가 가미됐다.

 「고객은 신」이라는 이 회사의 모토에서 엿볼 수 있듯 제냐사의 디자인은 품위와 격조를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취향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실용성을 강조한다. 『고객을 붙들기 위해선 제품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의 디자인전략이다.

 이 회사의 파올로사장은『디자인이 예술의 영역에 속해서는 안된다. 디자인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정확하게 파악해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게 디자이너의 임무』라고 말한다. 이같은 디자인철학에 따라 이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주기적으로 매장근무를 하며 고객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

 제냐식 디자인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으로는 구겨지지 않는 신사복을 들 수 있다. 주요 고객중에서 해외출장을 많이 하는 성공한 기업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제냐사는 고급모직이면서도 가볍고 구김살이 적게 가는 신사복을 3년간의 연구끝에 개발했다. 이 신사복은 조금 구겨졌을 경우에도 목욕탕에 걸어두어 습기를 머금게 하면 바로 다림질한 옷처럼 줄이 서도록 디자인됐다.

 제냐사의 고객제일주의 디자인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더욱 빛을 발한다.이 회사 제품은 고급이기 때문에 세탁이나 수선이 어렵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계의 어느 제냐판매점에 연락을 하더라도 즉시 세탁이나 수선을 책임지는 서비스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또 고객의 취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6개월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직물견본과 카탈로그를 보내주고 의견까지 청취한다. 치수나 취향등 고객에 관한 정보 일체를 컴퓨터에 수록해 세계 어느 곳에서 전화로 주문해도 맞춤복처럼 틀림없이 만들어 배달한다. 남성복의 세계 정상급 기업인 제냐사의 디자인은 철저한 고객제일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로마=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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