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되겠다” 「4반」현상/중산층·대졸자층 민주당이탈/흑인·노조까지 「유권자반란」에 미국의 중산층은 변화를 희구했다. 미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적지않은 선거구에서 「최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했다. 이같은 유권자심리는 「4반선거」라는 별칭을 만들어 냈다. 반클린턴·반민주당·반의회·반현직 심리이다. 그리고 이는 백악관 한곳만 남겨둔채 상·하원 양원과 주지사직을 공화당이 석권하는 결과를 불렀다.
이번 선거결과는 또 반클린턴 연합, 유권자반란으로 분석되기도 하며 보브 돌상원공화당원내총무는 『내전현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클린턴 집권 2년동안 생겨난 전국민적인 좌절감때문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전국민적인 각성이 유권자들의 표를 공화당으로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그간 의료보장제·세금부담·범죄의 만연등 미국이 안고있는 현안들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해 유권자들의 분노만을 누적시켰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여기에 지난 9월 공화당이 전후보들의 서명을 받아 발표했던 정책공약집인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은 하나의 대안으로 호소력을 가질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공약집은 균형예산, 기업규제완화및 감세, 방만한 복지재정감축등을 핵심내용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공화당이 향후 10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심리는 선거당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실시된 출구조사(EXIT POLL)분석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거듭 확인됐다. 뉴욕 타임스의 조사에 의하면 뉴욕유권자의 80%가 「지난 2년간 생활이 그대로이거나 악화됐다」고 밝혀 좌절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투표동기로는 「변화」가 40%로 으뜸을 차지했다.
지지표의 변화추이를 보면 90년중간선거와 92년 대선당시를 비교할 때 민주당과 무소속 표는 이번선거에서 상당수가 공화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 민간기관인 「유권자 소식」이 미국의 주요 4개 TV방송사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특히 대체로 민주당의 표밭으로 여겨져 온 중산층의 이반이 두드러졌다. 또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인 흑인, 노조, 도시근로자, 여성 가운데 여성을 제외한 대부분이 공화당으로 대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분석에 의하면 유권자들의 의회불신은 79%로 지난 90년 선거때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표의 이동은 전보다 크게 나타났다.
연간수입 3만∼5만달러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절반이상이 공화당에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들은 지난 90년 선거당시에는 50%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43%가 공화당을 찍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고졸 및 대졸계층의 이동이 더 심했다. 90년선거에서 민주당은 모든 학력계층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았으나 이번의 경우 고졸이하및 석사이상의 교육계층만이 민주당 지지를 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후세대인 30세이상 44세까지의 유권자가 이번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한 비율은 50%를 상회했다. 90년 선거에서 이들은 42%만이 공화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현재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56%에 달해 「비교적 잘가고 있다」는 응답률 38%를 크게 상회한 데서 이번선거의 결과가 예견된 것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지난 92년 대선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 페로의 지지표중 65%가 이번에는 공화당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페로는 19%의 득표로 공화당의 조지 부시대통령을 37%득표로 묶으면서 43%를 얻은 클린턴을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었다.【뉴욕=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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