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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보수회귀와 대한정책/박동진(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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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보수회귀와 대한정책/박동진(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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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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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대통령선거의 해가 되면 매년 가을에 소집되는 유엔총회는 상대적으로 김이 빠지는 분위기가 된다. 또 국제외교계는 미중간선거가 있으면 그 결과에 따라 미국여론의 실체와  향배, 그리고 멀리는 2년후에 다가올 차기 대통령선거의 양상까지 전망해 보는 것이 상례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이번 선거전의 분위기를 현지에서 느껴볼 기회가 있었다. 입후보한 상하 양원 의원중에는 구면도 적지 않았다.

 2개월전부터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에 나도는 추측은 야당인 공화당이 예전의 중간선거 수준이상으로 많은 의석을 민주당측으로부터 빼앗아오리라는 것이었다.

 민주당도 클린턴정부의 실적부진과 몇가지 스캔들, 언론에 비춰지는 인기하락등을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판세가 상당히 불리할 것을 각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민주당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참담한 패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원뿐 아니라 하원까지도 공화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둬 양원을 다 지배하게 됐다.

 자신만만하던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상원의원이 고전끝에 겨우 자리를 지켰고 앨 고어부통령의 출신지역구인 테네시주에서 상원의석 2석이 모두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하원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부인 하원의장 토머스 폴리가 낙선했다. 마리오 쿠오모뉴욕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뉴욕시장이 공화당을 배반하고 이례적인 지지를 했지만 재선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참패인 셈이다.

 상하 양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 데 대해 미국 ABC TV의 한 노장 앵커는 『혁명적 성공』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특히 하원이 공화당지배 아래 들어간 것은 40년만의 일로 공화당의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다.

 미국의 한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통령선거는 중간선거이후부터 바로 시작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패배로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은 위태롭게 됐다고 전망하기까지 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처음부터 미국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출범이래 시비도 많았고 인기도 없었던 빌 클린턴대통령의 민주당 정부에 대한 미국민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의 세력확장을 목표로 클린턴정부의 여러가지 약점을 맹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도 흥미의 대상이었다.

 공화당측으로서는 클린턴이 당선되면서 호언했던 여러 개혁정책, 특히 국내경기 회복이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주장을 폄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의석확장에 크게 성공한다면 2년뒤 대통령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이번 중간선거에 따른 미국 정계의 향후구도와 관련해 대미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사회는 근래 점차 보수성을 더해가고 있다. 미의회의 공화당쪽 인사들 가운데는 한국을 이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한핵관련 협상에서 우리쪽에 힘이 되어준 의원중에는 공화당쪽이 더 많았다.

 공화당은 앞으로 과거와는 다른 다수당의 위치에서 활동할 것이므로  클린턴정부는 의회에서 상당한 견제를 받게 됐다.

 그러나 외교와 군사면에서는 양당간에 비교적 초당적 상호협조를 해 온 것이 미의회의 전통인 만큼 정책의 지속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는 한국을 방문중인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이 9일 연설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간의 한미관계로 보아 우리나라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은 별로 없을 것이고 미국사회의 보수성향 증대도 우리로서는 크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미국대통령의 권한은 세계질서와 지구촌의 역사를 좌우할 정도로 막강하지만 지도자로서의 식견과 미래에 대한 비전, 과단성과 판단력을 발휘해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유권자의 지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클린턴대통령은 앞으로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공동책임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맹방으로서 미국이 더 건강하고 더 빛나는 지도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전외무장관·전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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