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래 패션산실」 EU 디자인연구소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래 패션산실」 EU 디자인연구소들

입력
1994.11.11 00:00
0 0

◎비트락/불 산업디자인업체/한해 아이디어매출 68억원/샤넬·필립스·소니 등 외국의류사에 「창조적 미」지원 고전적인 분위기의 조그만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 파리 변두리 아브롱가 60 낡은 3층 건물. 15명의 디자이너가 연간 4천5백만프랑(약6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프랑스 최고의 산업디자인업체가 입주한 건물치고는 지나치리만큼 초라하다.

 19세기에 지어진 창고건물을 개조한 건물안에 들어서면 외부의 허름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사무실에는 컴퓨터등 첨단 사무기기가 가득하고, 1층부터 3층까지 완전 개방돼 있어 누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돼있다.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자 이 회사의 설립자인 장 피엘 비트락씨(51)가 기자를 반갑게 맞는다.

 파리 국립고등응용미술학교(ENSAA)에서 데생과 조각을 전공한후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세계적 화장품회사인 「랑콤」을 거쳐 74년 전문 산업디자인회사「비트락 디자인」을 설립했다.

 「그는 개혁자이며 창조자이다. 그는 제품의 미래환경등을 정확히 예견하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이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트락씨는 개방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비트락사의 개방적인 건물구조도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개방성을 키워주려는 배려에서다.

 비트락사는 「디자인 스트레티지」(DS)라는 자매회사를 통해 외국의 수많은 기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등에 계열사가 있으며 샤넬 프랑스텔레콤 혼다 코닥 필립스 소니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비트락사의 주요 고객이다. 한국업체로는 국제그룹이 유일하게 「프로스펙스」의 디자인을 이 회사에 의뢰했었다.

 『미래의 디자이너는 경영책임자에게 창조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기능만 뛰어나서는 안되며 엔지니어·마케팅등 기업의 모든 분야에 관해 정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락씨의 이 말은 비트락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기본개념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 회사의 디자인작업은 디자이너들의 열린 마음을 최대한 통일시켜 나가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일단 용역계약을 맺으면 2∼3명의 디자이너로 팀을 구성, 2∼3일의 집단토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작성한뒤 전체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한다.

 구체적인 작업은 1명의 디자이너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디자이너들이 TV 라디오 자전거 신발 향수병등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기업과의 제휴를 위해 다섯번 한국을 방문했다는 비트락씨는 『디자인은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창의성의 전수가 핵심인데도 한국기업은 단순히 디자인을 사고 파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같다』며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비트락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기업의 생리를 잘아는 한국 디자인사와 제휴하고 싶다』고 말했다.【파리=고재학기자】

◎패브리카/이 베네통 연구센터/인류 보편색깔 추구/21세기 옷문화 창조/세계적 디자이너 30명 “워크숍”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트레비소는 세계의 패션을 리드하는 베네통그룹의 본거지다. 이 도시 외곽에는 17세기 귀족의 별장으로 지어진 우아한 건물이 한 채 있다. 베네통그룹은 지금 이 건물을 21세기를 준비하는 디자인연구센터로 꾸미고 있다. 95년 문을 열 예정인 연구센터의 이름은「패브리카」. 라틴어로 「워크숍」을 뜻한다. 이 말 속에는 영화 그래픽아트 사진 문학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결집해 새로운 차원의 미래 디자인을 창출한다는 베네통그룹의 원대한 구상이 담겨있다.

 패브리카는 연구센터이자 학교이며 창작의 산실이다. 루치아노 베네통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엄선된 30여명의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이 곳에서 배우고 토론하며 다양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전통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창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피부색과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색깔(UNITED COLORS)」을 창조해낸 베네통그룹의 경영이념과 일치하는 목표이다.

 패브리카는 기존의 연구소나 학교와는 철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학생들은 단순히 연구하고 배우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의 틀을 깨면서 미래의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 「행동하면서 배우고, 현실에서 미래를 읽는다」는게 패브리카의 모토이다. 이미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세계 30여명의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내뿜게 될 엄청난 창작에너지는 베네통그룹의 경쟁력을 배가시킬게 틀림없다.

 패브리카에서는 미래의 이미지와 사운드,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 현대사회의 다차원적인 특징을 심도있게 탐구할 계획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문제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베네통회장은 말한다.  전쟁 질병 종교 섹스등 인류 공통의 절박한 문제를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베네통그룹이 그동안 유고내전에서 전사한 병사의 피묻은 옷과, 에이즈환자의 참담한 모습등 파격적인 제품광고를 해온 이유를 짐작케 한다.

 패브리카에서 이루어질 젊은 예술인들의 미래 그리기 작업에는 자기 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기존 영화인 예술가 발명가 사진작가 디자이너 극작가 철학자들도 동참해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패브리카를 이끌어갈 책임자로 선정된 미국의 영화감독 고드프리 레기오가 맡아 진행한다. 감독이자 작가인 그는 영화계에선 강렬하면서도 시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거장이다.【트레비소(이탈리아)=김현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