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우리나라경제체제가운데 가장 낙후된 분야의 하나다. 최근들어 미일에서 이미 성공한 파격적인 염가판매의 「가격파괴」현상이 우리유통업계에도 등장,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격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전문할인점들이 제조업체들이나 경쟁관계의 대형백화점들로부터 거대한 저항을 받고있어 그 전도가 불투명하다. 재벌기업등 대형제조업체들이 자사대리점등과의 마찰을 이유로 물량공급을 거부하고 있고 또한 대형백화점들도 할인점과 거래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제품에 대해서는 거래중단을 위협, 물량공급중단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와 기존유통업체들의 저항은 소비자들의 이익은 고려치 않고 폭리를 일삼아온 자신들의 기득권적 유통체계를 고수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의 표본인 만큼 분쇄돼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홍재형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은 지난9일 『가격파괴현상은 바람직하며 백화점등 기존유통업계가 납품거절 등으로 공정경쟁을 저해할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엄단할 방침이다』고 밝힌바 있는데, 정부는 이를 행동으로 실천해보여야 한다.
가격파괴는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인 유통체계의 혁명과 우리경제의 경쟁력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정착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의 유통체계는 소비자들을 우롱했고 또한 희생시켜왔다. 공산품의 경우 주요품목은 가격통제로 유통마진이 제약을 받아왔으나 그래도 가격결정권은 전적으로 제조업체의 전유물로 돼 왔었고, 대부분의 비가격통제품목은 제조업체에 의해 임의로 결정, 폭리의 원천이 돼왔다.
독과점품목은 과점업체간의 경쟁으로 가격안정이 이뤄진 것도 있으나 대개는 묵계에 의한 담합인상이 단행돼왔다. 더욱이 유통구조가 길고 복잡한 농수산물은 수집상에서 소매상에 이르기까지 중간상인들의 조작에 놀아났다.
또한 공산품이건 농수산물이건간에 우리나라 가격체계의 고질적인 특성은 하방경직성이다. 일단 결정된 가격은 떨어질줄 모르는 것이다. 근년에 이르러 대형백화점을 중심으로 연중 몇차례씩의 세일판매가 자리잡혀왔으나 이것도 상품가치가 떨어진 상품들의 부분적인 할인판매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소위 『한국사람은 비싸야 산다』는 통설을 내세워 상품에 따라서는 터무니없이 높은가격을 붙이는 고가판매전략을 구사해오기도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가격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제조원가에서 최소한의 이윤을 붙이고 판매하는 가격파괴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96년에는 유통시장이 개방, 월 마트같은 외국의 전문할인업체들이 상륙할 수 있게 된다. 제조업체와 기존의 유통업체들도 공존의 길을 찾아 협력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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