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추세에 공화 “변화” 구호 주효/유례없는 돈선거·흑색선전 난무 오점/우먼블랙파워 돌풍… 주가 큰폭으로 상승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민들의 보수회귀 성향과 기존 정치판에 대한 혐오, 변화희구등의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역대 어느 선거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후보자들이 선거자금을 많이 뿌려 금권선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여성 및 흑인파워가 돌풍을 일으키는 특색을 보였다. 한국일보사는 미국의 상주특파원 7명을 선거현장에 투입, 중간선거를 심층적으로 취재토록 했다. 특파원들의 방담을 통해 미국 중간선거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이번 선거에서는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화당이 대승을 거둔 것도 보수화 바람을 탄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후보들은 국민들의 이같은 보수회귀 성향을 충분히 의식, 세금인하 사회보장제한 범죄퇴치등 보수적 색채의 선거공약을 과거 어느때보다도 많이 내 놓으면서 「진보주의자」들을 공격했다.
보수화 경향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선거구호중 하나는 「변화」였다. 「변화」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의 단골 구호였으나 이번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공화당이 이 구호를 역으로 잘써먹어 민주당이 곤욕을 치렀다. 공화당 후보들이 민주당의 현직 후보를 상대로 똑같은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민주당이 크게 당황했다.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적 심리는 정치불신과 혐오에서 비롯된 것 같다. 특히 지난 여름 의료보험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에서 끝없는 소모전을 연출했던 정치권에 대해 유권자들이 식상했다는 지적들이다.
○…선거전 기간에 의회가 비능률과 특권사회의 대명사로 곳곳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것도 이런 정치 혐오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은 뭔가 상징적인 공격대상이 필요했고 워싱턴의 의회가 여기에 활용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미국민들이 점점 일을 더 많이 해야만 하는 상황이 돼가는 데 비해 의원들은 생산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논쟁으로 날을 지새면서 공짜 주차에다 호화여행등 돈만 쓰는 특권계층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유권자들의 「갈아치우자」는 심리를 자극했던 것.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후보들이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일삼았다.터무니없는 악성루머를 퍼뜨리며 상대 후보와 당을 원색적으로 매도하는 연설과 TV광고가 판을 쳤다.
30초짜리 TV광고에도 「인격살인」에 가까운 문구들이 가득했다. 한 예로 버지니아 상원 선거전에서 찰스 로브민주당후보는 이란 콘트라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올리버 노스공화당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냈고 노스후보는 로브후보를 「난봉꾼」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같은 추잡한 선거전을 「문명의 종말」이라고 혹평했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금권선거로 지적됐다. 돈과 물량투입등 선거비용이 사상최고로 많이 들어가 역대 선거중「가장 비싼 선거」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연방선관위에 의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지출한 비용은 모두 7억달러(약4천억원)에 달해 지난 92년 선거 때보다도 무려 18%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한 공화당의 마이클 허핑톤후보는 2천5백만달러(약2백억원)를 뿌려 전국 최고기록을 세웠다.
○…우먼파워와 블랙파워의 돌풍도 이번 선거의 특색으로 지적된다. 여성과 흑인후보의 출마숫자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았고 그 결과도 좋았다.
여성후보의 경우 연방상원의원에 현직 2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출마해 이중 4명의 당선이 확정적이어서 여성 상원의원 숫자는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5명을 포함해 9명에 육박하게 됐다. 연방하원에서도 이번에 3∼4명정도가 더 늘어나 총50명을 넘어서고 여성 주지사도 최소한 2∼3명이 새로 추가될 전망이다.
○…한국교민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지역에서 이번 중간선거와 관련해 한인등 소수민족들의 최대 관심사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교육·의료등 공공서비스를 제한하는「SOS법안」의 통과여부였다.
교민들은 『법안이 통과돼 소요가 발생하면 92년 흑인폭동 때처럼 우리만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공화당의 압승이 확정되자 9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운존스 공업평균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2억8천만주가 거래되면서 전날 대비 21.87포인트 오른 3천8백30.74포인트에 폐장했다.
▲워싱턴=이상석 정진석특파원
▲뉴욕=김수종 조재용 홍희곤 김준정특파원
▲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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