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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타협의 정치」 불가피(미 「공화압승」 이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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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타협의 정치」 불가피(미 「공화압승」 이후:상)

입력
199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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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가도에 걸림돌… 개혁강도 굽힐듯/의료개혁 법안·북핵등 재조정 가능성 「여소야대」로 요약되는 미 중간선거 결과는 향후 미국정치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40여년만에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게 된 충격적 사실에 대해 미언론은 「정치적 대지각변동」이란 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미국민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고 의회의 판도를 야당우위로 뒤바꿔 놓음으로써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의 기본토양을 절묘하게 갖추어 놓은 것이다. 이로써 클린턴대통령의 집권2기는 불안한 가운데 정국을 운영해 나가야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공화당의 대약진이 확실시된 9일 새벽(현지시간) 백악관측이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건설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고 논평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새로운 의회환경은 나아가 오는 96년 대선가도에도 클린턴과 민주당의 재집권에 암운을 드리우는 최대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클린턴대통령은 앞으로 원만한 정국운영을 위해서는 자신의 의회접근방식부터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클린턴대통령이 표방해온 진보적 개혁논리가 결국 중도보수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을 가능케 한다.

 사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그동안 백악관은 정책실현을 위한 타협보다는 공화당과의 대결구도를 선호해왔던 게 사실이다. 연방법안 처리를 위한 백악관의 대의회전략은 지나치리만큼 일방적이었으며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고집스러움이 수시로 엿보였던게 사실이다. 백악관의 이같은 접근태도는 민주당내부에서조차도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오던 터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의회사정이 녹록지 않은만큼 클린턴대통령도 공화당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이른바 「타협의 정치」를 구사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클린턴의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령 공화당의 상하원지배는 외교위나 금융위등 주요위원회의 위원장을 공화당의원이 차지하게 돼 대내외 주요 이슈에 대한 재조명이 뒤따를 것이고 이로 인한 의회의 정체현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의 승부수인 의료개혁법안 처리도 녹록지 않을 것이고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북한핵문제등 각종 외교사안도 다시 들추어질 공산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국정치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아무리 타협과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이라고 해도 어차피 차기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책임전가의 양상 또한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백악관은 공화당이 정책추진을 방해한다고 할 것이고 공화당은 역으로 클린턴행정부의 무능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백악관은 무엇보다 공화당의 극우파 세력이 의회의 골목 골목을 지키고 있을 상황에 대비, 공화당내 온건파 의원들과의 정책적 제휴를 충분히 모색해야만 할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각종 연방법안도 그 내용이 대폭 수정될 것은 불문가지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제 내년 1월 국회에서 행할 연두교서에서 민주당의 폴리 현 하원의장 대신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으로부터 소개를 받게 되는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새로운 정치구상을 위한 고뇌의 시간을 상당기간 보내야 할것 같다.

 다만 미국의 정치판도가 아무리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해도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수행이 번번이 좌절되고 의회가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공화당 상원의 보브 돌 원내총무는 『우리는 민주당정부를 방해하지 않을것』이라면서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당론이 있다해도 공천에 구애받지 않는 미국정치의 현실을 감안할때 공화당으로서도 수적 우세의 이점을 번번이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당론보다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표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당 정책에 대한 크로스 보팅이 흔해 미국정치를 제로섬 게임으로만 볼 수 없다.

 결국 클린턴대통령의 민주당정부는 의회판도의 반전이라는 악조건속에 집권2기를 맞고 있으며 타협과 조화라는 미국정치의 미덕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의 정치적 명암을 구분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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