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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재개와 우리의 자세/유장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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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재개와 우리의 자세/유장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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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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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핵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하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에 있어 우리쪽에 주도권이 쥐어졌다는 판단하에 남북경협을 위한 능동적 자세를 취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우선 첫단계로서 정부는 기업인 및 기술자 방북허용, 우리기업의 재북사무소 설치허용, 위탁가공교역을 위한 시설재 반출허용, 생필품등 한정된 분야에서의 시범경협사업 추진, 5백만달러 이하의 소규모투자 허용등을 포함한 기초적이고 시험적인 수준의 경협방침을 밝힌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선 시범적으로 진출가능한 대상지역을 남포지역, 나진―선봉지역, 그리고 금강산지역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기술자의 방북은 위탁가공무역을 위한 것에만 국한, 그 기간도 1년6개월이내로 하고 있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단기적으로 우선 기초적이고 시험적인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더 활발한 경제협력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추가적 장치를 갖추어 나갈 방침이다. 즉 양측간의 청산계정설치,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통신·교통·운송에 관한 협정등을 시간을 두고 추진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방향설정은 대북정책에 있어 일대 전환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그동안 이선실 간첩사건과 북핵문제로 얼어 붙었던 남북간의 경제관계가 약 2년만에 풀리는 것으로서 이제는 북쪽의 자세변화만 있게 된다면 남북의 동반자 관계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진행될 대북 경수로 원전건설 지원에 있어서 우리가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곧 이어질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다자간 협력에 있어서도 우리가 중심적 역할을 해 나갈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내년에 맞게될 광복50주년을 기하여 국토통일을 위한 남북간 분위기 쇄신의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낳을 것인지는 현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다. 첫째, 북쪽의 김정일 체제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교조적인 이른바 주체사상에 변화가 올것 같지 않다. 여전히 우리 정부를 인정치 않고 있으며 대외협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기업인들의 민간레벨 교류는 유도하려 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법적 체계정리는 철저히 기피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로 경제면에 있어서 북한당국이 갖고 있는 신경과민증이다. 즉 한국의 기업들이 교역이나 투자를 통해 북쪽에 다수 진출할 경우 자본주의의 장점과 혜택이 북한주민들에게 빠른 속도로 알려져 주체사상에 기본을 둔 그들의 사회주의 경제가 무너지고 정권의 안위에도 직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적지않이 팽배해 있다.

 셋째는 북한 당국자들이 국제동향을 보는 시각이 너무도 단순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미·일·유럽등의 선진국들이 북한과 경제관계를 맺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런 기대속에서 남쪽의 각종 제의를 일단 접어두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실상을 본다면 북한의 낮은 신용도와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내수시장의 부족, 그리고 정권의 불안정성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대북진출을 일단 유보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경제강국답게 의연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선 정부는 북측의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경협이 북한주민들의 복지를 위하고 긍정적으로는 통일의 기반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대국적 원칙을 강조하고 또 이를 밝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기업의 경협파트너가 북측의 정부가 아니라 북측의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북에 마땅한 해당기업이 없다면 이를 설립하도록 종용하고 또 그 방법도 일러주는 것이 좋다. 북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분간이 어렵다는 이유로 섣불리 아무하고나 계약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기업인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남북한간에 어느정도 신뢰가 쌓일 때 까지는 우리기업 단독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가급적 제3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이 경우에도 우리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물론이다.

 북쪽에 기회가 있다는 막연한 환상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지나친 북행경쟁에 뛰어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된다. 과거의 베트남러시, 중동러시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리 기업들에게 주지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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