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내 최대 위탁무역 파트너로”/정부간 협의없인 직항로개설등 한계 『북한 근로자들의 손재주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북한에서 위탁생산된 와이셔츠 양복등 의류는 독일이나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 업계관계자는 북한의 노동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남북경협에서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이같은 양질의 저임노동력이 풍부하다는데 있다. 북한 임금수준은 숙련공이 월 1백∼4백달러(8만∼32만원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금 외환난 에너지난 식량난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외채규모는 지난해 1백3억2천만달러로 국민총생산(GNP)의 50.3%에 해당된다. 북한은 경제난완화의 돌파구를 개방(외국자본유치)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기업유치를 위한 단일창구로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고민발)을 지난 8월 창설, 각개격파식으로 남한 주요기업들과 중국등지에서 개별접촉을 하고 있다. 김일성사망후 외국자본(남한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경제난을 해결해야 할 김정일로서는 남북경협추진으로 「수혈」을 받는 것만큼 절박한 현안도 드물 것이다.
남한은 이미 북한의 중요한 외화수입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의 남북교역액 1억9천8백79만달러 가운데 북한이 남한에 물품을 반출(수출)한 것은 1억8천8백53만달로 전체 교역액의 94.8%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교역을 통해 매년 9천만∼1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다. 남북경협이 본격 추진되면 대남한흑자규모는 아주 커질 것이다.
남한기업에게도 남북경협은 새로운 「특수」가능성을 예고해주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시장이자 투자처다. 공장을 짓기 위해 멀리 동남아나 중국으로 갈 필요성이 적어질 것이다. 또 근로자들과 말이 통한다는 점도 유리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박 진연구원은 『기술자방북 위탁가공설비제공 직항로개설등이 이루어지면 한국은 1∼2년안에 북한의 최대 위탁가공무역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위탁가공무역촉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설비부족으로 곧 생산능력의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위탁가공용 설비제공을 허용한 것도 이때문이다.
도로 항만 전력등 북한의 투자여건은 아직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나진―선봉지대를 집중 개발한다는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나진―선봉지대를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서도 남한자본등 외국자본의 유치가 절대적이다. 남한기업의 북한 주재사무소개설은 이같은 남북경협추진에 있어 기폭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은 현재 정부간의 경협논의를 피하면서 형식적으로 기업끼리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언제까지 정부차원의 경협논의를 배제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는 본격적인 남북경협추진에 있어 또다른 장애물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남북경제공동위원회재개나 남북직항로개설 경제사무소교환설치등 남북경협을 한 단계 높여줄 조치들은 정부차원의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정부차원의 경협논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북한측은 「고민발」이라는 「위장 민간단체」를 신설하여 민간차원의 경협추진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8일 발표한 남북경협재개조치도 남북대화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이다. 정부는 북한측의 이같은 태도와 관련, 남북대화가 정상화되기 이전에는 남북경제공동위원회의 개최를 먼저 제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답」을 해야할 차례인 북측의 태도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