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물적교류로 발판마련/컨소시엄 주도역할 겨냥도 정부가 대북경수로지원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강조해 온 근저에는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를 건설함으로써 남북교류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10여년간 40억달러가 투입되는 방대한 사업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력과 물자가 대거 북한에 유입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핵과 경협의 연계고리를 풀고 인력과 물자의 교류를 포함한 대북경협을 재개키로 한 것은 경수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수로사업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는 남북한간 경협성과가 축적돼 「확립된 틀」을 갖게 되면 해결이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경협재개는 경수로사업의 「선행조치」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대북경협재개가 사전·사후적으로 한국형경수로 지원사업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우선 인력과 물자가 투입되는데 따른 북한의 거부감을 상당부분 완화시킬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대북경수로지원시 건설 및 기술인력의 투입과 기자재 반입의 중심적 역할을 한국이 맡기로 한 미 일 3국이 양해했다고는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이를 수용할 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였다. 물론 우리측의 경협제의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최대의 걸림돌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서는 남북간 인적·물적교류의 관행과 폭을 경수로사업에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또 경수로사업을 실제로 시행하는데 있어서는 우리측의 숙련된 기술인력이 북한의 단순노동인력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또한 경협차원에서 남북간 기술이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경협의 확대는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가 건설되고 난 뒤 사후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우리측 기술 및 안전관리요원의 북한내 상주가 필요한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수로에 대한 북한의 자체관리능력을 높이거나 남북간 원자력협력의 확대발전을 위해서도 경협의 성과가 직간접으로 원용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은 계약체결,유상원칙등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전제, 『우리는 국제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족내부간 거래에 속하며 남북간 경협의 성격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고 추후 그 비용을 상환받는 과정에서 남북간 경협의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고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대북경협의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곧 구성에 착수될 국제컨소시엄인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의 우리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경협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은 상태에서 KEDO의 여러 참여국들중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 수 밖에 없다. KEDO구성시 우리측의 이해를 충분히 관철시킬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남북간 경협재개는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경협과 대북경수로사업이 갖는 이같은 상호관련성을 고려, 경수로사업을 남북경협의 틀 속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KEDO를 구성하는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출발점과 형식으로 경수로사업에 참여해야 하는데 참여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경협재개 방침을 밝힌 정부의 또다른 과제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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