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를 탄채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흑인 할머니 앞에 버스가 뒷문을 바짝 대고 섰다. 운전사가 뒷문쪽으로 걸어가 기계장치를 조작하자 문이 열리고 계단이 평면으로 겹쳐지면서 휠체어를 들어올릴 수 있는 승강기로 변형됐다. 할머니가 버스에 오른뒤 운전사는 문맞은편 좌석3개의 밑받침을 들어올려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주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몇정거장 가지않아 할머니가 내리겠다고 벨을 눌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운전사는 태울때의 동작을 반복해 할머니를 내려줬다. 앞차가 몇초라도 머뭇거리는걸 참지 못하고 경적을 울려대는 뉴욕사람들이지만 이 할머니의 승하차에 걸린 6분여동안 시계 한번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이방인에겐 특이한 광경이 이들에겐 그저 일상사였다. 뉴욕시는 81년부터 장애인용 승강기가 장착된 버스를 도입했다. 일반버스보다 대당 2천4백만원이나 비싸지만 현재 뉴욕의 시내버스 3천6백대 가운데 50대를 빼고는 승강기가 장착된 버스로 바뀌었다. 만들어진지 1백년이 넘는 지하철은 5백69개 역 가운데 25개에만 장애인용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역하나당 4백억원씩 들여 매년 10∼15개씩 장애인편의시설을 포함한 현대화공사를 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뉴욕시가 행해온 결사적인 예산감축을 감안하면 장애인 교통편의에 들어가는 지출이 부담스러운것 아니냐는 질문에 뉴욕시교통국관계자는 『장애인도 똑같은 시민이며 통행의 자유는 시민이 갖고 있는 기본권』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장애인의날 성한 다리 놔두고 휠체어를 타고다니며 새삼스레 비장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사진이 신문을 장식한 일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장애인도 똑같은 이웃이요 시민이라는 생각은 아직 우리에겐 낯설게 느껴질수밖에 없는 것 같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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