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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은 바로 한민족장래/이호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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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은 바로 한민족장래/이호재(특별기고)

입력
199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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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불신의 벽이 아직도 두꺼운 현단계에서는 남북 경협만이 한반도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다. 그리고 구소련과 중국진출에서 경험한 것처럼 유능한 한국기업가들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사절」의 역할을 담당하여 남북한간에 협력의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동안 「통일」만 내세우면서 논쟁과 시비로 국력만 분산시킨 시끄럽기만한 여야의 「못난 정치가」들은 당분간 좀 뒤에 물러나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김영삼대통령이 북한핵문제와의 연계고리를 풀고 남북한간의 경협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좀 늦긴했어도 적절한 정책수정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두 개의 남북정권은 상호간에 이익이 될 때에만 협상의 방법으로 공동합의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식적 원칙에서 볼 때 경제협력 영역만이 남북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된다.

 북한은 절박한 그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자본, 기술, 정보 그리고 세계시장의 「노하우」등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편 우리도 북한을 우리의 경제생활권에 넣을 경우 필요한 인력, 자원,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얻어 경제적으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경제가 한반도의 반쪽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와 인구 4천만으로는 한계에 와있다는 측면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북한을 포함한 7천만 한민족의 경제생활권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서둘러 추구하지 않는다면 민족의 장래는 일본 경제권에 편입되거나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경제에 밀려 낙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제네바회담의 합의는 북한핵의 동결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겠다는 근본정책의 변화를 천명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와 수교하여 러·한관계와 중·한관계가 협력관계로 긴밀화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승인하여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경우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여 자기 나름의 이익을 추구하려 들것임은 시간문제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과 일본등 국제사회는 러시아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좀 늦었지만 남북한을 교차승인하여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성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대세는 어느 나라도, 어느누구도 돌이킬수 없게 됐다.

 4강이 남북한을 교차승인한 동북아의 신국제질서는 불원 그 모습을 완연히 드러낼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흘러야겠지만 남북한과 4강간에는 각기 자국의 이해에 따라서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긴밀해지기도 하는 등거리 외교형태가 일반화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이점을 각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서양 강대국들의 자본과 기술이 투자와 상업적 목적을 위해 북한에 진출할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하다. 특히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는 1백억달러 규모의 배상금 해결로 일본의 북한진출을 크게 열어놓을 것이기 때문에 자못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의 변화에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이 변치 않았다고 하면서 남북협력 노선을 비난, 방해하고 있다. 정말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상식을 벗어난 행패들이다. 지금 시대에서 러시아의 침략 혹은 적화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매달려 세상이 변한 것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연민의 정을 느낀다.

 정부의 대북한 경협 추구화정책 천명으로 여야 정치가들은 남북관계를 더이상 정쟁에 이용하지 말고 한민족 전체의 이익과 내일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것이다. 조용히 물러서서 「한강의기적」의 주역이었던 유능한 우리 기업인들의 북한진출을 「평화와 통일의 사절」로 합심하여 지원해주자. 기업체의 북한진출은 돈과 정보 그리고 「우리의 소식」을 북쪽 인민에게 전달해 줄것이고 결국은 북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선물을 가져다 줄것이다.

 강대국들이 벌써 한반도의 북쪽에 몰려오고 있다. 7천만 한민족의 경제생활권 구축이라는 웅대한 설계를 가지고 북한에 대한 경제진출에 과감하게 임하자.<고려대정경대학장·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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