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바뀌면 여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따라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을 수정해야하는 정부나 이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익집단들이 정책전환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농민사이에 제기되고 있는 추곡수매 이견은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있다 하겠다.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량을 9백70만석으로 하고 수매가격을 93년도 가격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농민들이 이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반세기만의 혹서와 가뭄으로 다른해에 비해 영농비가 많이 들어 농민들은 강력한 불만을 드러냈고 일부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신농정은 농업포기정책』이라며 수매거부등 강경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추곡수매가격과 수매량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의 힘겨루기는 연례행사가 돼왔으므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출범으로 쌀이 최소시장개방원칙에 따라 부분적으로 개방이 되고 또한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감축되기 시작함으로써 추곡수매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정부의 인색한 수매정책에도 그럴만한 사유가 있다하겠다. 수매정책과 같은 소득보상적인 곡가정책은 본질적으로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의 발효로 폐지될 수밖에 없고 쌀의 생산 및 판매도 앞으로는 시장경제에 의해 좌우되는 수밖에 없다.
정부의 올해 수매정책은 이러한 정책전환의 첫걸음이라하겠는데 정부는 이에대해 사전 농민들에게 진지하게 숙지시키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이보다 더욱 심각한 근본문제는 우리농가의 영농규모가 영세하고, 또한 쌀에의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크게 개선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민들로서는 정부의 급격한 수매정책전환에 저항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정부는 수매가격이나 수량을 동결했다가도 대통령의 선심이나 아니면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상용으로 조금이라도 인상하거나 증량하는 신축성을 보여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이번에도 이러한 행태가 재연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의 소득보상적수매정책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돼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장기적인 쌀의 수급정책과 이에따른 수매정책을 예시, 농민들로 하여금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해야한다. 농민들이 다각영농, 기업농, 탈농등 대응책을 세우는 것을 적극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측가능하고 채산성맞는 영농을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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