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보협정 등 후속조치에 기대/북도 「고민발」창설 등 포석마쳐 남북경협의 물꼬가 다시 트였다. 지난 92년 11월 남한조선노동당간첩사건(이선실간첩사건)과 북핵문제로 중단상태에 있던 남북경협이 약2년만에 복원되게 된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7일하오 63빌딩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환송만찬에 참석한 기업대표들에게 남의 나라와 협력하자고 하면서 남북간에는 협력이 안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남북경협을 적극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묶여있던 남북경협의 고리를 풀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취임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와관련, 9일 통일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남북경협재개를 위한 1단계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기업인및 기술자 방북허용 ▲기업사무소설치허용 ▲임가공(위탁생산)활성화를 위한 시설재 반출허용 ▲5백만달러이하 투자허용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은 지난 92년 9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마련해 놓고서도 간첩단사건과 핵문제로 지금까지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정부가 9일 발표할 1차조치는 이 부속합의서 내용 가운데서도 초보적인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1차조치후 성과를 보아가며 청산계정설치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직접투자 허용규모확대등의 후속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첩단사건과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홍콩 일본등을 중간에 낀 3각무역과 임가공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정부당국이 밝힌 남북교역액(통관기준)은 올들어 8월말현재 1억3천1백19만6천달러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의 실적은 1억9천8백79만달러.
그러나 대북투자활동과 상담은 그동안 「동토상태」에 있었다. 남포공단조성(대우그룹) 금강산개발(현대그룹) 석유화학공장건설(고합그룹)등이 추진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경협추진의 대전제였던 북핵문제해결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도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다. 김일성의 후계자인 김정일은 이같은 대외정책노선을 확실히 천명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사망후 정무원산하에 외국기업유치의 단일창구로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고민발·회장 이성록)를 신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회장인 이성록은 무역부 부부장, 국제무역촉진위원장등을 역임한데다 지난 84년 남북경협회담시 북측대표와 남포공단개발 북측대표등을 지낸 무역통이자 남한기업통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고민발을 창설한데 이어 회장에 거물급 남한경제통인 이성록을 앉힌 것은 북핵문제타결후의 본격적인 남북경협추진을 위해 사전포석을 해놓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미국 일본 유럽등 서방선진국 기업들도 대북경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기업들은 이미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모토롤라등 미국기업들도 북한진출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경협의 최대 장애물인 핵문제가 타결된 이상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시간문제』라며 『우리정부는 남북경협을 위한 준비가 다 되어 있지만 북한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남북경협추진의 「공」이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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