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층화시대의 아태순방(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층화시대의 아태순방(사설)

입력
1994.11.08 00:00
0 0

 외교의 판이 다시 짜여지고 있다. 국가라는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여기저기에 생겨나는가 하면 블록화의 위험성에 맞서 시장개방을 촉진시킬 세계무역기구의 발족 역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는 전통적 외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정치는 제도적으로 다층화하고 있다. 중간과 최상의 층에서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실험이 한창 펼쳐질 때 국가라는 아래의 다른 층에서는 일방주의적 생존전략을 더욱더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외교무대의 다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국가에 주어진 최대의 과제는 힘을 보태줄 동반자의 확보이고 경쟁상대를 견제할 정책수단의 개발이다. 

 그리고 최상의 생존전략은 세계와 지역과 국가라는 정치무대의 세 층을 신속히 오가면서 다자주의와 지역주의 및 일방주의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거대한 다층의 제도적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당한 기대를 품어보면서 김영삼대통령의 아태 순방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보고르에서 열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는 역내 무역자유화의 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고 아태3국 순방은 한국자본의 현지 투자와 천연자원의 공동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아울러 세계 열강의 힘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놓은 한국에는 APEC만큼 운신의 폭을 넓혀줄 좋은 외교 무대가 그리 많지 않다. 미일중 3국이 APEC에 참여하는 일차적 목적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현존하는 힘의 다극적 구조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한 구조는 통일의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장기적 국가이익과 일치한다.

 물론 아태 순방에 너무 과대한 기대를 거는 것도 금물이다. 한국 사회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미일중 3국은 한국의 「조정자」역할에 동의할 만큼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이를 등한시한 채 장밋빛 그림을 그려보면서 아태외교를 펼쳤다간 한국은 실망만을 맛보고 말 것이다. 

 한국은 기술혁신과 구조조정이라는 내부의 개혁을 지속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더욱더 강화하면서 아태외교를 펼쳐야 한다. 아울러 이질적인 APEC에 만족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소APEC를 형성할 동반자를 찾아내고 관계증진을 상대에 따라 차별적으로 가속화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