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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과정의 교훈(김경원 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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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과정의 교훈(김경원 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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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중동에도 평화는 오는가.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평화원칙 선언문」에 조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기적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26일에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번 평화협정은 지난 46년간의 전쟁상태에 종지부를 찍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등의 여러 분야에서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에는 중동경제를 위한 대규모 정상회의가 카사블랑카에서 개최되었으며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서로 말도 하지 않았던 아랍인들과 이스라엘사람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제협력을 활발하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중동에는 진정 평화가 오는 것일까.

 불행히도 국가간의 평화는 선의의 산물은 아니다. 야세르 아라파트PLO의장과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이스라엘과 합의한 것은 이들이 갑자기 평화를 사랑하는 천사로 거듭났기 때문은 아니다. PLO와 요르단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과거 냉전시대에 이들의 지원세력이었던 소련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단 PLO가 이스라엘과 합의한 다음에는 요르단도 다른 선택이 없었다. 사실 PLO와 요르단은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지지했는데 오히려 소련이 붕괴된 마당에 미국의 전략에 도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동의 평화는 PLO, 요르단보다도 레바논을 지배하고 있는 시리아의 태도가 결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 클린턴미대통령은 하페즈 알 아사드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갔다. 물론 클린턴은 미국의 중간선거도 염두에 두었겠지만 국무부가 아직도 시리아를 테러리스트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대통령의 시리아방문은 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결정이었다. 다만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이 금년에 벌써 다섯 번이나 시리아를 방문한 것을 보면 워싱턴과 다마스쿠스 사이에는 모종의 입장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은 아사드가 클린턴에게 어느 정도 선물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같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실망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아사드는 이스라엘이 67년 전쟁에서 점령한 골란고원을 반환해야만 수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미국의 간곡한 설득노력을 감안하여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으로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결단을 위한 공은 이스라엘편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이츠하크 라빈이스라엘총리의 고민은 심각하다. 우선 골란고원에 정착한 이스라엘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두번째 문제는 아직도 테러와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마스사건이 말해주듯이 PLO와 요르단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의 평화를 받아들였지만 일반 팔레스타인사람들은 아직도 평화를 믿지 않는다. 앞으로도 폭력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골란고원이 군사적으로 거의 결정적인 중요성이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골란고원을 포기하는 것은 시리아에 엄청난 군사적 양보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연 시리아와의 외교문서 종이 한장을 받고 군사적 요충지를 포기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라빈총리는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 냉전의 종식에 따른 평화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군사적 요충지를 포기할 것인가. 이스라엘 지도자는 평화를 위해 상당한 모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특히 이스라엘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라빈총리와 시몬 페레스외무장관은 평화정착을 위해 모험할 줄 아는 용기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 다만 그런 모험은 지도자의 결단에만 의존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투표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골란고원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침으로써 라빈총리는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무시하고 미국만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환상을 반증하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중동에서 평화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모험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계산된 모험은 지도자의 용기와 국민의견을 바탕으로 할 때 더욱 성공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캐나다 토론토서 사회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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