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7억4,000만여장… 5톤트럭 160대분/신권제조비만 345억… 모두 국민세금지난 한해동안 더이상 쓸 수 없을만큼 심하게 찢어지거나 얼룩져서 폐기처분된 돈은 약 3조1천4백87억원. 1천·5천·1만원권을 모두 합쳐 총7억4천만여장에 달한다. 5톤트럭 1백60대에 가득 실어도 모자라는 분량이다.
이 폐기된 지폐금액만큼의 돈을 새로 찍어내기 위해 약 3백45억원이 소요됐다. 92년에도 2조5천2백47억원의 돈이 폐기됐고 새 돈을 만들기 위해 2백67억원이 사용됐다.
올 들어서도 8월말까지 폐기된 화폐금액은 2조6천5백2억원, 폐기량만큼의 신권제조에 든 비용은 2백4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돈을 찍는데 소요되는 돈은 물론 모두 국민세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지저분하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겨지거나 찢어진 지폐는 물론 염색한 돈, 낙서를 한 돈, 구멍뚫린 돈등 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손상된 돈이 널리 유통되고 있다.
어차피 돈의 수명이야 한정돼 있고 오래되면 새 돈으로 교체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의 의식결여로 돈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채 조기에 폐기처분된다는데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국내 지폐의 평균 수명은 ▲1천원권이 1년6개월 ▲5천원권 1년7개월 ▲1만원권 3년3개월로 일본(1∼3년) 미국(1년6개월∼6년)에 비해 지질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명을 다하고 「돈」으로서 일생을 마치는 지폐는 없을 것이다. 올해초부터 새로 발행된 1만원짜리 신권조차 1년도 못돼 흠집이 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이 상당수 그냥 버려지거나 책상서랍등에 사장돼 넉넉한 발행량에도 불구, 시중에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이때문에 10원주화 1개를 만들려고 28원을 들여야 하는 것도 「돈의 소중함」에 대한 실종된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돈을 험하게 다룬다는 것이 비단 막대한 제조비용(국민세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낡은 돈은 우선 주고받을때 불쾌하고 그만큼 귀중함과 아끼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 깨끗한 돈은 가급적 덜 쓰고 싶고 지저분한 돈은 빨리 써서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므로 결국 손상지폐는 낭비촉진과 인플레유발의 간접적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지폐사용이 가능한 자동판매기가 널리 보급되고 있으나 정작 기계가 손상지폐를 판독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전국적인 「유통화폐 정화운동」을 펴고 있다. 손상화폐는 발견 즉시 신권으로 교체해주고 특히 지폐의 손상률이 높은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는 돈을 깨끗이 담아두도록 전대를 나눠주면서 국민들에게 「지갑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 사장된 10원짜리주화 환수를 위해 대대적인 시민캠페인도 펴고 있다. 송병익 한은발권부장은 『돈은 나라의 얼굴이고 지저분한 지폐는 나라의 이미지를 그만큼 실추시키게 된다』면서 『일상생활에서부터 돈 사용습관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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