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쓴 유서」… 클린턴·부시 경의 로널드 레이건전미대통령(83)이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5일 밝혀졌다. 레이건전대통령은 이날 「나의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라는 친필 서한에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알리고 같은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 대한 따듯한 이해를 구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두뇌의 기억세포가 파괴되는 불치성 신경질환으로 흔히 노망 또는 망령으로 일컫는 노인성 치매가 가장 일반적이며 레이건전대통령을 덮친 것도 바로 이것이다.
노망 든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 볼 수 있듯이 병은 환자의 인격적 존엄을 무너뜨리고 가족과 그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환자는 건망증·기억력상실·판단력마비·우울증등 혼돈 상태를 거쳐 결국 먹고 입는 일조차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어린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른다.
미국의 대통령으로 세계를 이끌었던 그가 이제 그 자신조차 추스를 수 없는 참담한 질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여느 알츠하이머 환자의 불행과는 또다른 충격이다. 의사들은 현재 그의 상태가 초기 단계에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점차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은 생이 혼돈으로 가득찰 것이라는 예고를 받고나서 그가 국민에게 쓴 편지는 그러나 낙관과 용기로 넘친다.
그는 이 편지에서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염려하면서 『여러분의 도움이 있으면 (내 아내) 낸시는 신념과 용기를 갖고 그러한 상황에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적고있다. 그는 또 『남은 인생을 사랑하는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으로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준 국민에게 감사하면서 『신이 부를 때 국가에 대한 크나큰 사랑과 미래에 대한 영원한 희망을 안고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국민에게 미리 쓴 유서라고도 볼 수 있는 이 편지에 대해 빌 클린턴대통령과 조지 부시전대통령은 경의를 표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원연설을 하던 중 이 소식을 듣고 청중에게 레이건을 위해 박수를 보낼 것을 요청했다.
레이건전대통령은 지난 81∼89년 대통령재직 기간에 「강력한 미국건설」의 기치를 내걸고 냉전의 마지막 고비를 이끌었다. 대통령으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그를 지배한 철학은 낙관주의였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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