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구석기유적을 비롯한 세계적인 선사유적들이 당국의 정책부재와 무관심으로 방치돼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2일 상오 사적 제268호 전곡리 구석기유적지.
입구도 울타리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잡풀만 무성한 23만평의 광활한 유적지에는 발굴이 종료된지(78∼92년) 2년이 지나도록 발굴현장도 하나 없어 국가지정 사적이라고 명시한 국도변 안내판이 무색했다.
유적지의 한 구석에 10평규모의 「전곡구석기유적관」(가건물)이 있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또 유적관에서 유물발굴현장(1천평 규모)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예 무너져 내려 있었고 발굴현장도 잡초에 파묻혀 안내인 없이는 찾기조차 어렵다. 외국의 경우에는 발굴 현장도와 유적 모형도를 만들고 전시관을 지어 국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데 비해 전곡리 유적지는 황무지 상태로 방치돼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발굴된 유물 2천5백여점은 서울대박물관등에 소장돼 있다.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유적지의 90%가 사유지인데 지금까지 사용권 행사를 제한 받아온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답신 이외에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사적지 보호와 관련한 특별한 행정지도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곡리유적은 아시아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주먹도끼와 짜르개가 함께 출토돼 전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은 전기구석기(약50만∼30만년전)유적이다. 이유적의 발굴 결과에 따라 세계적으로 공인된 모비우스교수(하버드대)의 「양대문화권설」이론이 깨졌기 때문이다.
양대문화권설이란 세계의 전기구석기 문화권을 주먹도끼 분포지역인 선진 유럽·아프리카 지역과, 초퍼(돌도끼의 일종) 분포지역인 후진 아시아지역으로 구분한 이론이다. 전곡리유적지에는 클라크교수(버클리대), 세리자와(근택)교수 등 국내는 물론 세계의 관련 석학들의 방문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최고의 신석기유적으로 평가되는 오산리유적지(강원 양양군)나 부산 동삼동 신석기유적지도 방치돼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오산리유적지에는 현재 조그만 간판 이외에 아무런 보존조치가 없어 방문객이 찾아가기초자 어려운 상태이다. 또 대표적인 신석기시대유적인 부산 동삼동 패총유적지는 민가와 횟집이 들어서 유적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같은 유적지훼손은 정책부재, 예산부족, 전문인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는 6천7백여점인데 문화재관리국 소속 문화재보수과 직원 48명이 보수를 맡고 있다. 매년 문화재보수비로 책정되는 예산은 2백여억원(94년 2백80억)으로 이 액수로는 1년에 전체문화재의 3분의 1도 제대로 보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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