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설은 컴퓨터 때문에 내용과 형식면에서 새롭고 건축물처럼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작품이 될 것이다』 3일 우리나라에 온 프랑스의 신예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33)의 말이다. 그는 「개미」라는 작품으로 우리와 갑자기 친근해졌다. 「개미」는 91년 프랑스에서 출간됐고 93년 우리나라에 소개됐는데, 프랑스에서는 30만부가 우리나라서는 70만부가 팔렸다. 17개국에 번역돼 총 2백만부가 팔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3분의 1이 나갔으니 베르베르는 입이 벌어질만 하다. 그는 한국에서 이 책이 많이 팔린 이유를 애교있게 설명해준다. 『한국사람들은 미지세계에 대한 감수성과 감성이 민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쪽은 죽음이 터부시 되나 동양에서는 미래의 일로 여기는 것같다』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개미에 대한 평론을 발표한 베르베르는 「과학과 미래」의 그랑프리를 수상할 정도로 과학에 조예가 깊은 법학도이다. 고교시절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한 그는 올더스 헉슬리와 HG웰스를 사숙한데다 동양문명까지 탐구했다. 그 때문에 요가도 접해봤고 중국의 태극권도 배웠다. 이러한 모든 경험과 경력의 혼합체가 「개미」라는 특이한 작품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묘한 소설이 나오자 프랑스 언론들은 『만사를 제치고 읽어야할 소설』 『독자를 빨아들이는 기계장치 같은 소설』이라는 최상급의 호평을 했다. 일부에서는 상업주의라는 비평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신선함으로 해서 프랑스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등 전 유럽에 즉각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미국의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고 있다.
이 추리소설이자 과학소설이며 철학소설인 「개미」가 한국에서 크게 어필한 이유를 우리는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개미」를 미래의 소설이라고 볼 때 한국의 독자는 미래에 적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독자가 수준이 높고 전향적이란 뜻이다. 과학적 철학적 요소에 대해서도 독자는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한국의 독자는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좋은 독자를 즐겁게 해줄 작가가 한국에 있느냐이다. 문단에서도 최근들어 대형 신인이 나오지 않는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출판사 입장은 더하다. 장사를 시켜줄 스타가 그립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만한 작가까지는 원하지 않더라도 첫 구절에서 인용했듯이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미래지향적인 소설을 쓰는 새로운 작가쯤은 나왔으면 싶다.<문화1부장>문화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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