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정한일은행장의 돌연한 사퇴를 놓고 갖가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은행측에서 밝힌 사퇴의 이유란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절대로 타의가 아닌 자의사퇴라는 것인데, 그런 부자연스런 해명자체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당장 돌출하고 있는 공공연한 추측과 소문은 윤행장이 모종의 금융부조리에 관련되어 내사를 받은 끝에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계에 제2의 사정한파가 몰아칠까봐 금융가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도 한다.
더욱 고약한 것은 윤행장에 의한 거액 부실대출기업의 이름마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가 하면 내부투서가 이번 사퇴극의 발단이 되었다는 은밀한 소리마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도 이번 사퇴파동은 미스터리투성이다. 모든게 정정당당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오늘의 민주체제속에서 금융비리에 관련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한데 사퇴과정이 도대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96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다는 큰 시중은행의 장이 돌연 지방병원에 누워 팩시밀리로 사퇴서를 보내온걸 과연 누가 자의적 행동으로 믿겠는가 반문하고 있다.
이밖에도 혹시 「국면전환용」이 아닌가하는 엉뚱한 의혹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니 이번 사퇴파문의 여파가 생각보다 깊은것임을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장의 어색한 진퇴가 이처럼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단순한 사정차원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금융질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부조리자체도 문제이겠지만 그 보다도 우리사회의 오랜 병폐인 금융자율화부재 및 금융부조리에 대한 정치적 처리관행이 아직도 그대로인가하는 의혹이 오히려 더욱 큰 문제가 된다하겠다.
금융을 포함한 온갖 부문에서 자율과 공정을 통한 능률의 극대화가 표방되고 있는 게 오늘의 문민시대다. 그런데도 최근 2년간 11명의 금융기관장이 갖가지 의혹속에서 임기중 사퇴하는 일이 이미 있어왔다. 그래서 이번 일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엄연하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과는 달리 금융기관운영 및 인사가 여전히 타율로 이뤄질 수 있고, 당연한 사법처리과정마저 걸핏하면 사퇴로 변칙처리 될 수 있다면 나라기강이 걸린 중대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퇴파동도 국민앞에 보다 자연스럽고 분명하게 밝혀지고 처리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잦은 흉사들로 민심이 흔들릴 수 있는 때다. 당국의 해명과 응분의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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