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떠보기냐”“사견이냐”/공식 「불가」불구 민주계 잇단 제기/원고만 배포 본회의 질문은 못해 「기초단체장선거 재검토」의 연기가 4일 민자당에서 다시 피어올랐다.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화했던 서울분할론도 함께 거론됐다. 이날 있은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계인 강인섭의원이 불씨를 지폈다. 강의원은 질문원고를 미리 배포했다가 국회가 야당의 12·12수사관련 공세로 파행되자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의원의 주장은 짚어볼 대목이 많은게 틀림없다.
당지도부는 부랴부랴『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방자치실시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권인지라 그냥 지나치기에는 왠지 찜찜하다. 더구나 강의원은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계이다.
강의원은 질문원고에서『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기초단체장은 직선대상에서 제외시켜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기초단체장선거가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끌고갈지 모른다』며 총리에게 선거연기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강의원은 또 『인구 1천만이 넘는 서울같은 대도시를 시장 한사람이 다스리는 나라는 없다』며 서울을 동서남북 4개 구역으로 분할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민자당에서는 지난달에도 단체장선거연기론이 나왔었다. 지난달 13일 국회내무위국정감사에서 황윤기 반형식의원등이 지방재정자립도문제와 선거혼란등을 내세워 선거연기론을 개진했었다.
강의원의 주장에 당지도부는 『전적으로 사견』이라는 입장이다. 문정수사무총장은 『단체장선거는 광역·기초를 불문하고 예정대로 치른다는게 당론』이라고 확인했다. 박범진대변인도 『선거연기문제는 당내에서 전혀 거론된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분할문제에 대해서도 당지도부는 부정적이다. 선거주무장관인 최형우내무장관도 『강의원의 개인적인 견해일뿐』이라며『선거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강의원은 『기초단체장선거 연기와 서울시분할을 절실하게 여겨 거론했으나 당이나 여권핵심부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한결같은 부인과 부정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기는 힘든 형편이다. 우선 강의원의 질문원고는 당의「사전검열」을 거쳤다. 당지도부는 정치적 논란이 불보듯 뻔한 강의원의 주장을 여과없이 허용했다. 파문의 단초를 당 스스로 용인한 셈이다.
여기에 민자당은 이미 수차례 위법상태를 자초하면서까지 단체장선거를 연기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민자당의원들이 사석에서 단체장선거연기를 주장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강의원의 발언이 『되도록이면 기초단체장선거만이라도 연기하고 싶어하는 여권지도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나왔다』고 보고 있다.
어떻든 강의원이 여권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여권 전체의견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권에게 단체장선거연기는 정치적으로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모험」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미 수차례『단체장선거는 예정대로 실시된다』고 확언한바 있다.「서울분할 불가」도 김대통령의 약속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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