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소의 컴퓨터에 해커가 침입, 모든 자료를 빼내갔다는 워싱턴 타임스지 보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든다. 해커침입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원자력연구소측은 중요한 컴퓨터 코드는 별도 보관해 일반자료외에는 유출피해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원자력연구소에는 원자로계통 핵연료설계등에 필요한 컴퓨터 코드가 1천2백개나 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국형 원전설계기술등 국가 주요기술이 정보유출 위험성에 노출됐음을 말해주는 심각한 사태라고 할 것이다.
컴퓨터 사용자명(ID)과 비밀번호(PASSWORD)의 도용등을 통해 침입하는 해커는 컴퓨터 바이러스와 함께 컴퓨터의 가장 큰 적이다. 해커는 국내에선 청소년들의 장난이나 금융기관의 내부자 대출사건등 컴퓨터조작사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었으나 지난 2월 한 재수생에 의한 「청와대비밀번호 도용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본격적인 범죄성격을 띠기 시작해 사회문제화됐다.
더욱이 세계최대의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가 지난 6월 한국통신을 통해 국내 상용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도 세계 각국의 정보를 접할 수 있게된 대신 우리나라 정보도 그만큼 세계에 노출돼 해커침입의 가능성이 항상 제기돼 왔었다.
이번 사건은 충분히 예상됐었다는 점에서 그 대책을 소홀히 한 관계당국의 무신경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정보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정보의 보안유지도 이에 못지않다. 세계 각국이 정보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고 해커와 범죄자들과의 연관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가기밀이나 기술의 보안은 국가적인 문제라고 할 것이다.
16세 소년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술이 날로 고도화되는 해커들이 금융기관 컴퓨터에 침입, 숫자를 조작하는 경우 그 파장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해커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도 국가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로는 사건발생후 역추적해 범인을 잡는 수 밖에 없으나 추적조차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방어시스템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꿔주는 다중패스워드도입등 방어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요 컴퓨터 코드는 별도로 보관하며 미비한 관계법령도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 중요정보나 기술의 철저한 관리는 국가의 안위및 장래와 직결된다는 관계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점에서 좋은 교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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