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경관 신의나라” 여행상품 질높이기·대외홍보도 강화 「신이 선택한 나라」 그리스. 2천5백년 서양역사의 발원지이자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인 그리스가 싸구려 관광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대 그리스 유적들과 3천여개에 이르는 섬, 연중 대부분 비 한 방울 안내리는 청명한 기후등 풍부한 관광자원은 그리스 최대의 수입원이다. 그리스 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은 9백91만명이었으며 올해는 1천1백53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관광객은 많지만 「관광단가」가 낮다는 것이 그리스당국의 고민이다.
지난해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뿌리고 간 돈은 33억3천5백만달러(약2조8천4백억원)로 한 사람이 3백30달러 정도를 쓴 것에 불과하다. 이는 관광경쟁국인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관광객 한 사람이 쓰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실제 아테네의 헬라닉공항등 주요 공항에는 각국에서 온 배낭여행족들이 노숙하는 모습이 언제나 눈에 띌 정도로 그리스에는 알뜰관광객이 많다.
○작년 33억불벌어
천혜의 관광조건을 갖춘 그리스가 이처럼 싸구려 관광지가 된 것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물가수준이 낮다는 것도 커다란 이유지만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과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한 시설투자소홀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
그리스내 유적관광지는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테네의 상징인 파르테논신전은 공해등으로 인해 모서리에 곰팡이등 이끼가 끼여 있으며 주변에는 편의시설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리스 택시운전사들의 바가지요금과 합승관행은 악명이 높으며 헬라닉공항은 휴가철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극심한 연발착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정부는 항공시설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84년 아테네 인근 스파타에 새 공항건설을 시작했으나 재원부족으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당국은 최근들어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투자유치법을 개정해 1급호텔과 골프장 헬스센터등 고급휴양시설투자에 대해서는 투자비를 최고 25%까지 보조키로 하는등 관광정책에 대수술을 시작했다.
○뒤늦게 정책 수정
올해도 관광지전담 경찰을 신설하고 관광부 인원을 보강했으며 내년부터는 개발홍보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또 여름관광 뿐만 아니라 스키장등 겨울철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부유한 퇴직노인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스 상공회의소 리산드로 티실리드회장은 『올해 그리스의 관광객유치목표는 1천4백만명이다. 겨울관광개발과 「제 3세대」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앞으로 그리스 관광을 진흥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아테네=송용회기자】
◎서민 생활공간 「아테네야시장」/생필품·식당·카페 1㎞줄이어/산타그마광장 「밤의문화」 활짝
그리스사람들은 밤생활을 즐긴다. 아테네 중심가에 있는 신타그마광장 맞은편. 약 1를 가로질러 있는 미트로폴레오스라는 좁은 거리에는 매일 야시장이 열린다. 각종 식품과 의류 잡화상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카페와 각종 레스토랑이 즐비한 이곳은 아테네사람들에게는 뗄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밤 9시면 시내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지만 이곳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노점상과 노천카페가 하나 둘 문을 여는 사이 인파가 몰려들어 어느새 발디딜 틈이 없어진다. 관광객도 많지만 거의가 밤을 즐기러 나온 아테네 사람이다.
인파는 평일이면 밤 12시까지, 주말이면 다음날 새벽 2시까지인 야시장 영업시간 내내 계속 이어진다.
이처럼 이 야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외식이 일상화돼있는 아테네사람들이 저녁한끼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가족들과 함께 갖가지 풍물을 즐기며 여가를 보내는데 여기만큼 적절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아테네에서 여행사일을 하고있는 아일랜드출신의 헨릭 라르센씨(32)는 『대부분의 유럽국가와는 달리 밤문화가 발달돼있는 그리스에서는 가족이 저녁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낮잠을 많이 자는 것도 심야시간을 즐기기 위한것』이라고 말했다.
라르센씨는 『청소년들의 탈선문제가 최근들어 심각해져 지난5월에는 정부가 하오4시이후 모든 상가의 영업을 법으로 금지시켰다』며 『그러나 이곳은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류·잡화상점 종업원 안느 케르태츠씨(24·여)는『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점은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매상을 올릴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며『최근에는 관광객도 많이 찾아와 이들을 상대로 하는 기념품가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상가주인들은 점심시간없이 늦어도 하오3시면 모든 업무가 끝나는 그리스의 독특한 근무형태가 야시장이 활성화한 또하나의 이유라고 말한다. 초저녁까지 집에서 낮잠등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상대적으로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을 흔히 볼수 있고 그러다보니 이들을 위한 각종 생필품가게가 야시장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짧은 근무시간과 상대적으로 많은 저녁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는 이들의 생활방식이 EU내 그리스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실례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리스 서민들의 삶을 느낄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야시장은 그리스만의 독특한 구경거리로 내세울 만하다.【아테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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