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자산업」주도 “한국 돌풍”/생산성제고·설비자동화 막대한 투자/97년 EU브라운관시장 14%점유 꿈/현지종업원 기술교육·후생복지 최선… “평생직장” 심어 베를린도심에서 동남쪽으로 약15 떨어진 옛 동베를린지역에 있는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은 독일에 있는 유일한 한국기업 현지공장이다. 지난9월로 갓 2년이 지난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은 유럽유수의 전자업체 못지 않은 생산규모로 벌써 옛 동독지역 경제재건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지 2만8천평 연건평 4만8천평에 2개의 TV 컬러브라운관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이 공장은 20인치와 21인치 두 종류의 브라운관 1백60여만대를 연간 생산하고 있다. 이중 EU역내로 수출되는 물량은 전체의 60%. 현지에 생산공장이 없는 금성, 대우등 국내경쟁사뿐 아니라 유럽의 간판전자업체인 필립스, 톰슨사등도 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브라운관을 사용하고 있다.
○구동독 재건에 큰 힘
삼성전관이 이곳에 현지공장을 설립한 것은 지난 92년9월. 통독이후 낙후된 옛 동독지역의 경제재건에 고민하던 독일정부는 동독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WF사를 민영화하기로 결정하고 인수업체 물색에 나섰다. 계약조건이 까다로웠을 뿐 아니라 경쟁력도 없던 이 회사를 삼성전관이 인수키로 한 것은 현지공장설립이 유럽단일시장 출범에 따른 관세장벽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넓은 대지와 풍부한 공업용수등 입지조건이 뛰어났던 점도 이 공장 인수의 배경이 되었다. 필립스 도시바 톰슨등 유럽과 일본의 10여개사가 삼성과 함께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였던 것은 WF사가 갖고 있는 이같은 잠재력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 민영화작업의 총책을 맡고 있는 트로이한트가 삼성전관에 제시한 인수금액은 1마르크. 그러나 그 이면의 공장활성화 조건은 만만치 않았다. 6년간 업종변경없이 브라운관을 생산해야 하며 현지인 8백명을 고용해야한다는 것이 트로이한트가 내세운 조건이었다. 또 98년까지 5년간 설비투자비 명목으로 1억3천만마르크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윤경수사장(52)은 『독일정부가 요구한 인수조건이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독지역의 넓은 시장과 WF사의 성장가능성을 판단한 결과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1억3천만마르크의 설비투자비중 31%는 산업복구비명목으로 독일로부터 되돌려받기 때문에 어차피 해외투자가 불가피했던 실정에서는 다시 얻기 힘든 절호의 기회였다는 판단도 들었다는 것이 윤사장의 설명이다.
삼성전관은 공장체질 개선작업의 첫 단계로 인수당시 1천5백여명이었던 종업원을 8백명으로 감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시스템자동화를 위해 2개 생산라인을 전면교체하고 올 여름에는 확장공사까지 끝냈다. 지난해 삼성전관의 유럽내 시장점유율은 4%. 그러나 시설설비를 마무리짓고 올해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면 97년에는 14%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삼성전관의 자체분석이다.
○한국어강좌 실시도
구 WF사인수이후 삼성전관이 역점을 두는 것중의 하나는 민영화에 따른 옛 동독근로자의 노동생산성 제고문제이다. 현지근로자를 대상으로 품질 원가 기술 마케팅등 직능교육과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습득케하는 각종 연수및 시청각교육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사장은 『사회주의체제에서 몸에 밴 무사안일한 작업의식을 바꾸는 것이 인사관리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고 『직업교육뿐 아니라 충분한 복지후생도 이들에게 평생직장으로 회사에 애착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공장곳곳에 마련돼있는 각종 전시실과 휴게실, 한국어강좌,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구내공판점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근로자에게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삼성전관의 자랑이자 배려이다.
중대형위주의 유럽형 컬러브라운관과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이 삼성전관의 앞으로의 주전략이라고 소개하는 윤사장은 『곧 정식 가동될 기술연구소를 통해 새로운 기초소재기술의 습득과 정보입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베를린=황유석기자】
◎독일 삼성전관 「유럽연구소」/이달개소… HDTV등 현지대학과 협동개발·연구
삼성전관 베를린공장의 유럽연구소(EUROPEAN RESEARCH CENTER)는 유럽의 높은 기술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삼성전관의 또 다른 시도다. 유럽의 소비자와 각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제품개발을 장기전략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관으로서는 그 기대만큼 연구소에 쏟는 열의도 남다르다.
지난 3일 정식개소된 삼성전자 유럽연구소는 건평 4백평의 규모로 연구요원 20명이 각종 첨단기자재 50여종으로 신제품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연구팀은 주로 현지인으로 구성됐는데 유럽사정에 밝은 만큼 각 나라에 산재해 있는 소재기술과 정보를 입수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연구소의 주된 임무는 고품질·대형 컬러브라운관의 연구개발과 형광체, 액정물질등 소재·기초기술, 새로운 디스플레이(표시장치)의 개발이다.
현재 생산중인 컬러브라운관뿐 아니라 차세대 전자부품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각종 디스플레이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삼성전관으로서는 이 유럽연구소가 곧 현지공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가동에 앞서 현재 부분운영중인 이 연구소는 한국의 삼성전관 연구소에서 개발된 대형브라운관을 토대로 유럽시장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동구권기업의 기술발굴과 대학과의 산학협동을 통해 전자부품개발의 유럽교두보로 삼겠다는 게 연구소의 장기계획이다.
특히 HDTV, CPT(민수용 컬러브라운관)등의 제조기술확보는 이 연구소의 당면한 목표라는게 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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