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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현대춤의 유사성 발견/문애령 무용평론가(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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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현대춤의 유사성 발견/문애령 무용평론가(무용평)

입력
199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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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무용단 「경이의 상자」 창무국제예술제에 초청된 이탈리아 오지무용단의 공연은 한국 무용가들의 작업과 유사한 경향을 보여 친근하다. 춤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음악과 춤의 결합, 춤기교의 선정, 장면 연출에 이르기까지 낯설지 않아 좋았던 반면, 경이로운 무대는 되지 못했다.

 「경이의 상자」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춤을 시작하고 매듭짓는 수단이다. 첫번째 상자에는 욕망이 두번째에는 열정이 세번째에는 운명이 들어있다. 안무자 파트리지아 살바토리는 이 거창한 세가지 주제를 아주 쉽게 구체화시킨다.

 무대앞 오른쪽에 위치한 빨간상자를 열면서 시작된 욕망의 장은 어린이의 놀이터에서 시작된다. 집짓기놀이, 줄넘기를 하던 아이들중 하나는 발레리나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꿈은 현실과 부딪치면서 초라해진다. 『춤으로 살수는 없다구!』라는 결론이 그녀를 괴롭힌다.

 무명의 무용가에게 비친 삭막한 춤세계의 현실은 좌절 혹은 극복을 요구한다. 고된 훈련과 생활고를 겪고 무용가의 길을 걷게되는 주인공은 안무자 자신의 모습으로 보인다. 현대춤의 강인한 테크닉과 결합된 포인트 슈즈의 파드 부레(발끝으로 서서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동작)는 어린이의 환상을 담아낸 움직임으로 인상깊다.

 중간크기의 상자를 열면 성인 남녀가 등장하고 불가해한 감정들이 대립과 결합으로 나타난다. 열정에 대한 결론 대신으로 앞세운 단원들의 기량은 엄격하고 정형화된 기교훈련의 결과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번째 상자는 무대를 신화속으로 유도한다. 풍선을 달고 등장한 요정이 남긴 메시지는 1장에서 보인 어린이의 환상과 연결된다. 아리아든의 실타래라는 부제가 지닌 상징성은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다.

 허구의 세계와 현실을 연결시킨 마무리의 효과는 「경이의 상자」가 곧 안무자가 지닌 심성의 틀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동시에 상식적이고 예측가능한 작품의 틀에 대한 실망도 느낀다. 작품자체의 구도로 보면 무리가 없지만 개인의 독창성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단순하고 일반적인 결론이기 때문이다.

 구도에 비해 춤 내용은 안정된 짜임새를 보인다. 특히 기교 자체를 중시하고 일관된 내용을 고수하며 그안에 개인의 감상이 담긴 표현력이 담겨있다는 점이 우리무용계의 주류를 이루는 작풍과 놀랄만큼 닮아 있다. 현대무용을 수용하는 자세나 수준에서 두나라의 공통점을 찾게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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