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비 미디어시장 공략 필립스는 네덜란드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다. 전구회사로 출발한 필립스는 현재 60여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46개국에 2백75개 공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필립스 간판을 네덜란드국민들은 뿌듯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난 91년 5월 창립 1백주년을 맞은 필립스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8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맹렬한 추격으로 시작된 적자는 90년에 이르러 무려 25억달러로 늘어났다. 유럽증권시장에서의 주가도 폭락했다. 필립스의 성장을 자랑해온 네덜란드국민 전체가 당혹감과 심한 위기감을 느꼈다. 국민들은 연간 실업률 2∼3%에서 머무르던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네덜란드의 경제가 기로에 서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필립스는 90년 7월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잰 티머회장이 발표한 「1백주년 작전(OPERATION CENTURION)」을 통해 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해오고 있다. 1백주년 작전이란 한 마디로 대규모 감원을 통한 조직재정비다. 필립스의 도시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남부의 소도시 아인트호반은 필립스에서 해고된 근로자들로 침울했던 지난 3년여 동안의 우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이 지역 투자협력관 브라스페닝씨는 기자에게 귀띔했다. 필립스 홍보관 에볼루엔에는 디지털 콤팩트 디스크(DCC)등 야심작으로 내놓은 새 상품을 전시하기 위해 군데군데 공사를 벌여 다시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흡사 비행접시처럼 생긴 에볼루엔은 66년에 건립됐으나 필립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해 지난 해 11월 일반에 공개했으며 지금은 일주일에 4백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이곳 관계자는 설명했다. 티머회장은 지난 해 9월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에볼루엔에 초청해 『필립스의 1백주년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며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며 특히 자기만족의 분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의 대차대조표는 티머회장의 발언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93년 한해 동안 필립스의 전체매출은 줄었으나 영업수지는 플러스로 돌아서 4억6천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대대적인 살빼기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장래성이 없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고화질TV등 미디어관련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이 필립스의 전략이다. 무섭게 성장하는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유럽에 산재한 공장들을 아시아지역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필립스의 홍보를 담당하는 벤허츠씨는 『필립스의 문제는 뛰어난 기술개발능력을 마케팅에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공격적인 시장접근전략과 고객중심의 조직개편이 필립스 신화재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아인트호반(네덜란드)=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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