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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기자의 죽음/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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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기자의 죽음/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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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왜 나에 대한 비판기사만 쓰는가』 『나는 당신과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정이 없다. 나는 당신이 공직에 있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폭탄테러로 숨진 러시아일간 콤소몰레츠지의 드미트리 홀로도프 모스콥스키기자와 파벨 그라초프러시아국방장관이 6개월전 한 모임에서 나눈 대화내용이다. 지난 2년간 구동독주둔 러시아군의 무기밀매등 군부 부정부패와 그라초프장관 비리설등을 집중적으로 추적 보도해온 홀로도프기자는 이날 군부대 비리를 취재하고 신문사로 돌아온 직후 취재가방속에 든 폭탄이 폭발해 숨졌다.

 그가 피살되자 러시아언론들은 그라초프장관과 구동독주둔 서부군구사령관이었던 브르라코프국방차관의 관련설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급기야 옐친대통령이 지난 1일 국방차관을 전격해임함으로써 이 사건을 둘러싼 군수뇌부와 언론의 공방전은 언론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구소련이 붕괴된지 3년여가 지난 현재 러시아 언론들은 권력의 시녀에서 권력의 감시자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 언론이 아직까지 서방선진국만큼 정부비판이나 비리폭로기사를 활발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권력과 야합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매수와 특혜, 공갈과 협박등 권력기관의 당근과 채찍정책이 여전해 언론부패가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한 젊은 기자의 기자정신은 과도기 러시아 언론에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노선을 둘러싸고 정반대 성향을 보였던 러시아언론들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정부패와 폭력등 불의는 용인될 수 없으며 언론의 자유는 수호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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