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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항공기회사/포커/“감량경영” 위기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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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항공기회사/포커/“감량경영” 위기 넘겼다

입력
199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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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기업들 「살아남기 전략」/생산기종도 대형서 소형화/디자인 역점 부가가치창출 현존하는 항공기 제작사로는 가장 긴 75년의 역사를 지닌 네덜란드의 포커사는 연간 매출액이 2조원(93년 기준)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여객기제조회사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시폴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포커사 조립공장에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것은 전 세계 항공기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불황의 그림자이다.

 포커사의 주력 기종으로 중형여객기(좌석수 70∼1백30) 시장의 31%를 점유하고 있는 F70, F100, F130의 조립라인에선 15대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지만 현재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포커사는 지난 해부터 혹독한 감량경영을 해왔다. 1만2천여명의 종업원중 지난 해에 이미 2천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천9백여명을 추가로 솎아낼 계획이다.

 포커사는 올해부터 생산기종도 소형화하기로 하고 좌석수 50개인 소형 여객기 F50을 주력기종에 포함시켰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게르트 메이예르 마케팅담당 매니저는 『보잉등 굴지의 항공기제작사가 버티고 있는 대형 여객기 분야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여객기 시장은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등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와 유럽의 에어버스등에게 양보하는 대신 경쟁력이 있는 중·소형 여객기 제작에 주력하는 것이 회사의 장래를 위해 훨씬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포커사는 특히 이같은 축소지향적 경영혁신으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 악화일로에 있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커사는 기계보다는 사람에 의존하고 있어 자동화율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회사 홍보 담당자인 레오 J N 스테인씨는 『안전이 생명인 항공기 조립에는 숙련공의 직접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이 공장의 내부는 항공기 제작회사라기보다는 정비회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디자인을 통한 부가가치창출도 포커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메이예르씨는 『탑승객은 항공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좌석등 내부시설이 얼마나 쾌적하고 아름다운가에 우선 관심을 갖게 마련』이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커사의 이같은 혁신은 독일의 자동차회사인 벤츠그룹의 경영지도하에 추진되고 있다.

 지난 해 4월 포커사의 경영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악화되자 네덜란드 정부가 벤츠그룹에 각종 지원혜택을 약속하며 포커사의 인수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벤츠그룹의 계열사인 다다사가 포커사의 지분 78%를 떠맡았다. 이런 점에서 포커사의 경영혁신은 미국항공기제작사의 공략에 맞서 유럽의 간판기업을 살리려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공동작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계항공업계는 경비절감과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작지만 성능이 우수하고 비싼 항공기」를 만들려는 포커사의 축소지향적 경영혁신에 주목하고 있다.【암스테르담=김현수기자】

◎스위스 시계회사/스와치/「고품질·저렴한 가격」으로 승부/83년 창업,한해 새모델 4백종… 1억개 팔아

 스위스 서부 노샤테호수를 끼고 있는 프랑스어 사용권 유라지역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산업의 본거지다. 유라지역에서도 무게중심은 비엘시에 있다. 비엘역에서 내려 스와치사의 위치를 물어보면 사람들은 준비한 듯이 알려준다. 이곳 사람들에게 스와치는 1백년이 넘는 스위스시계의 자존심을 빈사직전에서 되살려준 영웅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시계산업관련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는 악몽의 기간이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스위스시계가 일본의 값싸고 질좋은 시계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시계와 부품생산은 1974년 9천1백만개에서 1983년에는 4천3백만개로 반감됐다. 세계시장점유율도 43%에서 15%로 급락했으며 1천여개의 시계회사가 문을 닫고 6천여명이 직장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3년 스와치가 탄생했다. 스위스시계라는 뜻의 스와치(SWATCH)는 92년 4월까지 9년도 안돼 1억개가 판매됐다. 올해 말까지는 모두 1억5천개 판매가 무난할 전망이다. 93년말 현재 스와치는 스위스 시계산업 전체매출중 30%를 차지하고 유럽시장의 50%, 전 세계시장의 5%를 점유하고 있다.

 여지없이 무너진 스위스시계산업의 자존심을 단숨에 만회한 스와치의 비결은 무엇일까. 비엘시 구석 「오메가」 정거장 앞에 있는 스와치본사를 방문한 기자에게 이 회사 판매담당 부사장 민더씨는 『과거 스위스시계업체는 고급품에만 집착하다 일본제품에 밀리게 되었다. 우리는 이 전략에서 탈피, 품질은 좋되 가격은 싼 고급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셔츠를 몇벌씩 장만해 매일매일 갈아입는 것처럼 시계도 몇개씩 장만, 옷에 맞춰 찰 수 있도록 젊고 도전적인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 스와치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스와치의 특징은 고품질과 저렴한 가격, 젊고 도전적인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스와치는 해마다 두 차례 각각 2백개의 새로운 모델을 내보낸다. 주 고객층을 15∼35세로 겨냥하고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개발한다. 가격은 최하가 50스위스프랑(한화 약 3만원). 사업 첫 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스위스의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면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공장자동화와 부품단순화다. 스와치는 보통 1백가지가 넘는 시계제작공정을 50여개로 줄이고 대부분을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현재 스와치생산에 관련된 직원은 5백여명이다. 그나마도 검사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이 태반이다.

 스와치성공의 신화에서 니콜라스 하이에크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스와치를 만든 장본인이자 시계산업의 황제다. 그는 83년 스위스의 전통적인 시계회사 SSIH와 어스웩을 인수 합병해 스위스전자 및 시계회사(SMH)로 바꾸었다. 그리고 평소 생각대로 스와치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스와치를 판매했다. 하이에크회장의 스와치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오메가 론진 브랑페인등 고가시계와 함께 SMH는 세계시계시장의 10%를 장악했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스와치는 92년 무선호출기기능을 갖춘 손목시계 「비퍼」를 내놓아 또 한차례 시장을 흔들어 놓은 데 이어 올해 말에는 한국현지법인인 스와치코리아를 설립할 예정이어서 한국시계산업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비엘(스위스)=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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