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자리는 장미꽃에 곧잘 비유된다.하지만 명예롭고 화려하기로야 장미꽃이 어떻게 서울시장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막중한 책무로 따져서도 그러하지만 세계에서 4번째의 초거대도시를 대표한다는 자긍심또한 여간 대단한게 아니다. ◆7만공무원의 장으로서 8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며 1천1백만 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 자리다. 시정의 대부분이 시민생활과 맞부딪치는 것이어서 시민들이 쏟아내는 민원과 민원이 가실 날이 없다. 그래서 서울시장자리는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격으로 「좌불안석」이기도 하다. ◆장미의 가시들이 아름다운 꽃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시장자리의 「가시방석」이 그 주인을 찔러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30년동안의 서울시장 15명중에서 절반 가까운 7명이 각종 재난등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서울이 현대도시로 탈바꿈하던 60년대말 4년17일간 시장자리를 지켰던 김현옥씨가 와우아파트 붕괴에 깔려 퇴진하지 않았던가. ◆지하철1호선 건설로 지하철시대를 연 양탁식씨는 4년4개월17일 재임의 최장수를 기록했건만 바로 그 지하철이 개통되던 날 「8·15총성」으로 그만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박영수씨는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 책임을 졌고, 염보현씨는 5공청산여파로 영어의 신세가 돼야 했다. 또 수서사건 수렁에 빠진 박세직씨는 「53일시장」이었고 김상철씨는 그린벨트를 훼손했다 해서 「7일시장」으로 최단명이었다. ◆이원종씨와 우명규씨는 수사 여하에 따라 자리를 물러 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서울시장이 이처럼 단명하다는 것은 개인과 시민 모두에게 무척 불행한 일이다. 더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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