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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센 대통령?(장명수칼럼: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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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센 대통령?(장명수칼럼:1738)

입력
199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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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명규서울시장이 취임 11일만에 사표를 냄으로써 많은 국민들과 대통령사이에 형성된 저기압 분위기가 돌파구를 맞게 된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대통령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신문사에서 감지되는 여론은 매우 나빴다. 성수대교 붕괴에 대한 검찰수사가 서울시 국장선에서 축소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준 주부, 대학생, 회사원등 십여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김영삼대통령이 민주화투쟁을 할 때부터 그를 지지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그에게 투표했다. 내가 찍은 후보가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무척 기뻤고, 책임감을 느꼈다. 지난 20개월동안 대통령에 대해서 이런 저런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어떤 대통령도 백점을 받을수는 없다고 그들을 설득하곤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우리집은 압구정동이어서 붕괴된 성수대교가 창밖으로 보이는데, 그 다리를 볼 때마다 분노가 솟구친다. 국민들의 분노를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다리붕괴에 도의적 책임이 명백한 사람을 서울시장으로 임명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검찰이 기피하도록 방관할수 없을것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면서 신임시장을 소환할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검찰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모든것은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고 본다』

 『대통령이 야당투사일 때는 고집세다는것이 믿음직스러웠다. 그가 고집센 사람이 아니라면 단식투쟁같은 힘든 투쟁을 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고집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각의 책임을 묻지않고 넘어가려는것, 어제 임명한 새 시장을 검찰이 소환하는것은 모양이 좋지않다는 생각등은 모두 고집때문이라는 인상을 받게된다. 새 시장을 임명할 때 철저하게 자격을 따져야 했지만, 임명후 문제가 노출됐다면 당연히 조사시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검찰은 대통령의 체면을 고려하다가 더욱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데, 이것을 바로잡을 사람은 대통령 밖에 없다』

 우시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국장선의 수사로 충분하다는 종전 입장을 밀고 나갈것인지, 「현직」이라는 부담이 없어졌으니 전직시장 두사람을 소환할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어떻게되든 아쉬운것은 이번 일로 대통령 개인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투사로서의 고집과 대통령으로서의 고집이 달라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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