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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수업계 「군사혁명」(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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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수업계 「군사혁명」(월드리포트)

입력
199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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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럽 그러먼사의 F18전투기공장등 군수공장이 밀집한 뉴욕주 롱아일랜드지역은 90년이래 12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이주한 것으로 추산돼 미국에서 인구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곳으로 꼽히고 있다.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3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코네티컷주의 해안도시 뉴런던시에 위치한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소형전투함공장 역시 폐쇄된 생산라인사이에 잡초가 무성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북쪽으로 2시간을 더 올라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유명한 레이세온사가 있다. 이 회사 역시 2년내에 4천4백명을 감축할 예정으로 있어 지역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탈냉전후 침체… 미래 「전자무기시장」 생존전쟁/인수합병통한 「공룡화」·민수확대등 경영 탈바꿈

 미국방부의 군수품구입예산이 86년 1천5백억달러에서 93년 8백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깎였고 군수산업체 종업원수가 최근 4년동안 55만명이 줄어 현재 80만명으로 축소된 사실은 20세기 들어 번성을 거듭하던 미국의 군수산업이 탈냉전시대를 맞아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한파 아래서도 21세기 군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뜨거운 선두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30일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의 합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자리에서 마틴 마리에타의 노먼 어거스틴회장은 『군수산업계에 「다위니즘」(적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 새로운 군사력개념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체는 생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첨단전자정보분야의 발전은 과거 15세기 대포가 전쟁에 도입됐을 때나 20세기초 탱크와 비행기가 전장에 등장했을 때처럼 총체적이고도 급격한 전략전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미국방부와 민간국방전문가들은 이를「군사혁명」(MILITARY REVOLUTION) 으로 개념짓고 있다.

 「군사혁명」시대에 적합한 「체형」을 갖추기 위해 90년대들어 우주항공분야와 미사일 등 첨단부문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던 군수업체간 공격적 인수합병은 올들어서는 아예 기업단위로 커졌다.

 지난 8월만해도 군수업계 랭킹2위인 록히드와 3위인 마틴 마리에타가 합병, 17만명의 종업원과 23억달러의 수익을 낼수 있는 군수산업계의 최대공룡으로 변신했다. 매킨지사의 인수합병전문가 네럴드 런드퀘스트씨는 『양사의 합병은 경영악화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미래 군수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공격적인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군용기와 미사일등 하드웨어를 주로 생산하는 록히드가 레이더와 발사통제장치등 전자소프트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마틴 마리에타를 1백억달러(한화 약8조원)라는 거금을 주고 사들임으로써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올해초 노스럽사는 주력상품인 스텔드기에 대한 미국방부의 주문이 중단되는 등 어려운 경영여건속에서도 21억7천만달러(한화 약1조9천억원)에 그러먼사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동안 군수업체의 크고작은 지각변동이 계속될 것이며 특히 로랄사처럼 위성통신 시스템종합 컴퓨터시뮬레이션등에 특화돼 있는 업체를 놓고 각축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군사혁명」은 또 군수와 민수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인공위성의 유도에 따라 수천마일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강타하는 「스마트폭탄(지능폭탄)」 시스템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전자부품의 85%는 민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다. 페리국방장관은 최근 군수업체 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문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야 할 부분은 테크놀로지이며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텔레커뮤니케이션이 중추국방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널 더글러스나 제너럴 다이내믹스같은 회사들이 IBM 마이크로스프트 AT & T 같은 컴퓨터, 통신회사들에 군수업계 선두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군수업체들은 과거 민수부문으로 여기던 컴퓨터 반도체 통신 전자분야에도 사업을 다각화시켜 가고 있으며 이들 분야의 민간시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방부계약순위 5위로 레이더감시분야에 특화해온 레이세온사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액 92억달러 가운데 민간부문 매출액이 최초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회사 홍보담당 총책임자 패트릭 클터씨는 『최악의 군수산업경기에도 불구하고 레이세온이 매출액신장세를 유지한 것은 주로 항공관제 도로교통통제 위성통신등 민간사업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뉴욕=김준형특파원】

◎「군사혁명」이란…/첨단무기·통신체계에 따른 군조직·전투력의 변혁

 닉슨대통령이래 줄곧 미국방성의 싱크탱크집단인 ONA(Office of Net Assessment)책임자로 일해온 핵전략전문가 앤드루 마샬(72)이 주창해 일반화된 개념. 첨단정보화시대는 「군사력」의 개념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래 전투력의 핵심은 소규모 핵심기술부대가 된다. 이들은 적의 화력이 닿지 않는 원거리에서 인공위성에 의해 유도되는 스마트무기를 조작, 적을 무력화시킨다.

 ▲전장에 대규모 사령부나 병참을 둘 필요가 없다. 모든 정보는 인공위성등을 통해 곧바로 전투기조종사의 헬멧이나 수백 수천마일 떨어진 미사일발사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군대조직도 복잡한 관료조직형태를 벗어나 단순화된다. 정보와 명령이 첨단정보통신을 통해 직접 하부에 전달되고 대규모 병력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현재 위관이나 영관급들이 맡고 있는 부대통솔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거리공격무기의 일반화는 육해공전의 구분을 없앤다. 또 원거리발진 미사일이 주공격무기가 되고 미래의 전장에서는 탱크나 항공모함같은 기존의 주력무기들은 효용가치를 상실한다.

◎「패트리어트」만든 레이세온사/민수시장 진출 모범사례… 전자레인지의 효시

 지난해 군수계약실적 32억달러로 미국국방부 군수계약순위 5위를 기록했으며 패트리어트미사일 생산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레이세온사는 스스로를 군수업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다각화, 국제화된 기술집약적 회사」라는 긴 수사를 앞에 붙이길 좋아한다.

 이 회사의 중추인 매사추세츠주 앤도버공장을 찾았을 때도 군수공장이면 당연히 육중한 최신무기들이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여성이나 나이든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 앉아 부품을 조립·시험하고 있고 위생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청정실(클린룸)속에서 계기판을 점검하는 모습은 마치 전자제품이나 반도체생산공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레이세온은 군수산업의 민수화에 관한 한 자신들이 개척자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오늘날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전자레인지가 2차대전당시 나치독일의 V2 미사일에 대응할 레이더기술을 연구하던 이 회사 수석엔지니어 퍼시 스펜서에 의해 발명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레이더레인지」(전자레인지의 당시 이름)의 상업화성공이후 레이세온은 일찌감치 「민수용으로 병행가능한 첨단군수기술」을 사업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들이 자랑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핵심전자부품이 아닌 몸체부분은 마틴 마리에타사에서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실무자의 말이다.

 지구면적의 3분의 1이상을 커버하고 있는 항공관제시스템(ATC), 이리듐통신위성사업, 선박교통서비스시스템(VTS), 구조·방범용 적외선 탐지기, 고속도로 교통통제시스템, 개인고속운송시스템(PRT), 텔레메디신(원격의료시스템)등 레이세온이 벌이고 있는 주요사업들은 레이다감시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민간부문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레이세온은 요즘 5년동안 총15억달러를 투자, 아마존 밀림의 환경파괴행위를 감시하고 생태계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할 레이다감시시스템을 건설한다는 「SIVAM」(「아마존 감시 시스템」의 포르투갈어 약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보스턴=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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