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엎드려… 탕… 탕…” 악몽의 50초/현장재구성 통해본 총기사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엎드려… 탕… 탕…” 악몽의 50초/현장재구성 통해본 총기사고

입력
1994.11.02 00:00
0 0

◎실탄받고 갑자기장전 「조준사격」/주위 60여사병들 제압 엄두못내 군의 기강과 인륜이 무너져 내린 악몽의 순간은 불과 50여초에 불과했다.

 31일 하오 2시께 육군 모사단 73기계화보병여단 서문석일병(21·화기분대 M60부사수)등 3중대원 66명은 김수영대위등 장교 3명의 인솔로 K2소총 영점사격 및 축소사격 훈련을 위해 부대연병장뒤 야산에 있는 영점사격장에 집합했다. 중대원들은 한조당 10명씩 모두 7개 사격조(마지막조는 6명)로 나뉘어 1조씩 일제히 영점사격에 들어갔다.

 하오 2시25분. 3조 10명이 25축소사격후 표적지를 확인하는 동안 서일병이 소속된 4조는 사선 뒤편의 탄약분배대에서 실탄20발(10발들이 탄창 2개)씩을 지급받았다.

 4번째로 실탄을 받은 서일병은 갑자기 탄창 1개를 K2소총에 끼우고 점사(한번에 2∼3발씩 발사됨)로 조정한뒤 주위 사병들에게 『비켜, 엎드려』라고 소리친후  2 뒤쪽에서 탄약분배를 지켜보고 있던 황재호중위의 목을 향해 2발을 발사했다. 서일병은 곧바로 총기를 황중위 옆 1·5 거리에 앉아있던 조민영중위쪽으로 돌려 2발을 또 발사했다. 표적지쪽의 20명의 사병은 물론 탄약분배대 양측에서 대기중이던 모든 사병들은 총성과 함께 일제히 엎드렸다.

 흥분한 서일병은 숨돌릴 틈도 없이 8∼9 가량 떨어진 사선위에서 지휘하고 있던 중대장 김수영대위에게 2발을 발사했다.

 서일병은 이어 사격장 입구쪽에 있던 옆소대 분대장 김효열병장쪽으로 가 총구를 겨누며 『일어서』라고 외쳤다. 이때 김병장은 일어서는척하다 순간적으로 총기를 빼앗아 던진뒤 사격장입구쪽으로 달아났다.  서일병은 즉시 탄약분배대 주위에 사총되어 있던 소총하나를 집어들고 나머지 탄창1개를 삽탄, 장전한뒤 땅바닥에 4∼5발 위협사격을 했다. 군당국은 이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불과 40여초로 보고 있다. 주위에는 무려 60여명의 사병들이 있었고 특히 8명의 사병은 총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누구하나 서일병을 향해 총을 쏘거나 몸으로 덮쳐 제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제정신을 잃은 서일병은 사선쪽을 향해 서서 총구를 우측머리에 밀착하고 그대로 격발, 두부파열상으로 즉사했다.

 서일병이 소속된 부대는 이날 지휘관정신교육등을 받도록 계획돼있었으나 11월말 중대전투력평가를 앞두고 사격훈련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홍윤오·송영웅기자】

◎김 대위,아들돌 하루전 참변/“어찌 이런 날벼락이…” 부인 오열 부하 사병의 총기 난사로 숨진 김수영대위(31)는 외동아들의 돌잔치를 하루 앞두고 참변을 당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구나 김대위는 사고 5일전 장교의 최고 영예인 고강재구소령을 기리는 「재구상」을 탔고 지난해말에는 우수선봉 중대장으로 선발된 모범장교여서 동료 선후배 장교들이 애석해 하고 있다. 김대위는 지난해 2월 결혼한 부인 최성의씨(교사)와의 사이에 둔 아들 방환군의 돌날이 1일이어서 이날 부대내 관사에서 돌잔치를 할 예정이었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김대위는 장흥중·광주 동신고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84년 육사 44기로 입학, 88년 소위로 임관해 전방사단과 광주 보병학교 전사학 교관등을 거쳐 93년 6월 이 부대로 전보, 줄곧 3중대장을 맡아왔다.

 임관후에는 이념교육교관 최우수상(93년), 장병정신교육 유공표창, 지휘성공사례 최우수표창(이상9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구나 부친 김문철씨(57)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는 국가유공자여서 김대위 부자는 모두 군에서 재난을 당했다.

 돌잔치 준비를 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부인 최씨는 『부대원들을 형제처럼 생각하던 사람에게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엄마품에 안겨있던 방환군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눈만 멀뚱거려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송영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